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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위대한 책, 잘못된 논증》 해설 (3)

역시 받아들이기 힘든 《리바이어던》의 논증들

🎬 유튜브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Leviathan by Thomas Hobbes.jpg

토머스 홉스, 《리바이어던》에 관한 내용

  • 홉스는 《리바이어던》 제31장에서 《국가》에 대해 "이 저작에 기울인 나의 노력이 플라톤의 국가론처럼 쓸모 없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1라고 함

  • 홉스는 《리바이어던》에서, 한 사회가 그릇되고 무질서한 신민들의 선동적인 계획에 희생되지 않으려면 권력이 단일한 주권에만 집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함

  • 홉스가 《국가》를 인용한 후 자신의 책이 "어느 주권자의 손에 들어가, 그가 스스로 생각하고, 사심이 있거나 혹은 질투심이 많은 해석자에게 현혹되지만 않는다면, 또한 그가 온전한 주권을 행사하여, 이것이 공적으로 교육될 수 있도록 보호한다면, 이 사색의 진리는 실천적 이익으로 바뀔 것이다.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2며 희망을 표명하는 방식에 충격 받음

    • 플라톤이 자신의 이상 사회가 당장은 "하늘에 본(本, paradeigma)으로 바쳐져"3 있을지라도 언젠가는 그것을 볼 수 있는 눈과 그것을 실행할 힘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 실현될 수 있다는 희망을 긍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임

  • 플라톤, 홉스 인간 사회가 파괴적인 내부 갈등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열정적으로 고민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습, 역할, 제도의 올바른 조합이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열정적으로 확신함

  • 《리바이어던》 역시 철학적 관심이 지속되고 있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다양한 논증을 담고 있음

    • 《리바이어던》 역시 사회학 저작이므로 같은 방식으로 평가되어야 함

  • 많은 주석자들은 홉스 자신의 결론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 필요한 수준과는 거리가 먼 논증으로 권력의 본질과 행사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옹호했다고 그를 비난했으나, 홉스의 사회학은 절대적으로 개인주의적이지도 않고 조잡하게 권위주의적이지도 않음

  • 그러나, 홉스의 잘못된 논증들의 예

    • 주권자가 일단 제정한 법은 “어떤 행동을 하든지 백성 중 어느 누구에게도 권리침해가 되지 않”는다4라는 명제는 지지하기 쉽지 않음

    • 홉스가 "정치 이론에 관한 최초의 근대 저자"이지만 "여러 계급 간 충돌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다"(버트런드 러셀, 1946)는 비판에서 그를 구해내는 데 성공한 주석자는 없음

    • "더 많은" 것을 얻지 않고는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잘 살기 위한" "힘과 수단"5을 보장받고자 하는 보편적인 욕구를 인정함

    • 노동이 "이익을 얻기 위해 교환될 수 있는 상품"6임을 인정함

    • 그는 주권자가 코먼웰스(commonwealth)의 내부 평화를 유지하고 외부의 적으로부터 코먼웰스를 보호하는 기능을 수행하려면 과세를 통해 백성으로부터 잉여자원을 추출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

      • 그러나 그는 "주권자의 손"에서 검을 빼앗아 자신의 손에 넣으려는 명백한 정치적 당파만큼이나, 정치적 역할이 아닌 경제적 역할로 행동하는 "백성들의 동맹"(Leagues of Subjects)7이 연방의 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함

      • "일반적으로 잉글랜드 정치 사상의 고전으로 여겨지는"(리처드 턱Richard Tuck) 책이 이데올로기나 정치가 아닌 경제적 권력 갈등의 사회학적 의미를 무시한 채 어떻게 고전으로 여겨질 수 있을까?

마르크스, 《공산당 선언》에 관한 내용

  • 앞의 이 질문이 마르크스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은 판단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함

    •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들에게 잉글랜드 내전은 경쟁관계에 있는 이데올로기 공동체나 정치세력 간의 투쟁이 아니라 봉건적 생산양식에서 부르주아에게 경제 권력이 혁명적으로 이전됨으로써 영국이 자본주의적 양식으로 진화하는 데 결정적인 사건이었음

  • 그러나 홉스가 잉글랜드 내전을 그렇게 보지 않았다고 해서 홉스를 비난할 수 있을까?

    • 이 질문은 《리바이어던》을 다 읽은 후 《공산당 선언》으로 이끌었음

      • 이것은 《국가》와 《리바이어던》을 다시 읽었을 때와 거의 같은 반응을 불러 일으켰음

    • 《공산당 선언》은 말 그대로 선언문

      • 이 선언은 논문이 아니라 무장을 요구하는 것

      • 그러나 《국가》나 《리바이어던》 못지않게, 이 책은 독자들에게 일련의 사회학적 명제들을 수용하라고 요구하는데, 만약 이 명제들을 지지할 수 없다면 수용을 보류해야 하며, 이 명제들은 지지할 수 없음

      • 다시 묻자면, 어떻게 그렇게 존경받는 저작이 이렇게 잘못된 논증에 근거할 수 있을까?

(다음주에 계속)

1

"이 저작에 기울인 나의 노력이 플라톤의 국가론처럼 쓸모없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권자가 철인(哲人)이 되기 전에는, 국가의 무질서와 내란에 의한 정부의 교체를 결코 막을 길이 없다는 것이 플라톤의 견해가 아니었던가!" — 진석용 역, 《리바이어던》 제31장, p.473

2

《리바이어던》 제31장, p.474

3

"그렇지만 그것은 아마도 그걸 보고 싶어하는 자를 위해서, 그리고 그것을 보고서 자신을 거기에 정착시키고 싶어하는 자를 위해서 하늘에 본(paradeigma)으로서 바쳐져 있다네. 그러나 그게 어디에 있던 또는 어디에 있게 되건 다를 게 아무것도 없으이. 그는 이 나라만의 정치를 하지, 다른 어떤 나라의 정치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네." — 《국가》, 592b

4

"주권의 설립에 의해, 모든 백성은 주권자의 모든 행위와 모든 판단의 본인이 되었기 때문에, 주권자가 어떤 행동을 하든지 백성 중 어느 누구에게도 권리침해가 되지 않으며, 또한 백성들로부터 불의를 저질렀다는 비난을 받을 이유도 없다. 타인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자는 어떠한 행동을 하더라도 그 권한을 위임한 사람에게 권리침해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 《리바이어던》 제18장, p.239

5

"나는 모든 인간에게 발견되는 일반적 성향으로서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힘(power)에 대한 끊임없는 욕망을 제일 먼저 들고자 한다. 이것은 인간이 이미 획득한 것보다 더 강렬한 환희를 구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요, 보통 수준의 힘에 만족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것도 아니다. 잘 살기 위한 더 많은 힘과 수단을 획득하지 않으면, 현재 소유하고 있는 힘이나 수단조차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리바이어던》 제11장, p.138

6

"인간의 노동도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얻기 위해 교환될 수 있는 산물이다." — 《리바이어던》 제24장, p.325

7

《리바이어던》 제22장, p.312

서울외계인
서울외계인 팟캐스트
책, 도구, 수사학, 낭만주의에 관해 씁니다. "경건한 심성을 추구하는 폭넓은 독서 연대"를 추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