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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 '생산성'은 개인만의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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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 '생산성'은 개인만의 문제일까?

칼 뉴포트, 《슬로우 워크》 (2024)

《슬로우 워크》의 저자 칼 뉴포트는 《딥 워크》, 《디지털 미니멀리즘》 등의 자기계발서로 유명한 컴퓨터공학 교수입니다. 혼란스러운 디지털 시대에 절제와 집중을 통해 큰 성과를 내는 서사로 많은 호응을 얻었죠. 본인의 화려한 이력 — “다트머스대학교를 최우수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MIT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분산 컴퓨팅 등을 연구하며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여 2009년, 2018년, 2022년 각각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 도 그 서사를 완성하는 데 한몫 했을 겁니다.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는, 몇 안 되는 자기계발서 저자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해서, 그의 책은 꽤 챙겨봤었죠. 그러나 ‘자기계발류’에서 관심이 멀어지면서 그의 글이나 책도 읽을 일이 없었는데 최근에 신간이 나왔다고 해서 오랜만에 읽게 됐습니다.

그리고 다 읽고 내린 결론은, 부정적입니다.

《슬로우 워크: 덜 일함으로써 더 좋은 결과를 내는 법》(Slow Productivity), 칼 뉴포트(지음), 이은경(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24

  • 이 책의 주제는 자기계발서들의 오래된 클리셰인 지식 노동자들의 포디즘 극복

    • 그 방안으로 '슬로우 생산성'(slow productivity) 개념을 제안함

      • 다음 세 가지 원칙에 근거해 지속 가능하고 유의미한 방식으로 지식 노동 업무를 꾸려나가려는 철학

        1. 업무량을 줄인다

        2. 자연스러운 속도로 일한다

        3. 퀄리티에 집착한다

  • 흔히 말하는 '생산성'의 개념은 모호함

    • 특히 지식 노동 분야에서는 더욱 그러함

    • "20세기가 흘러가면서 이처럼 눈에 보이는 활동을 기준으로 삼는 휴리스틱1이 지식 노동 생산성을 판단하는 주요한 방식이 됐다" (p.33)

      • 그 결과, '유사생산성'이 등장했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

        • 유사생산성: 실제 생산 노력을 어림잡아 측정하는 주요 수단으로 눈에 보이는 활동을 이용하는 방식(p.34)

        • '빨리빨리' 역시 유사생산성

      • 또한, 코로나 "팬데믹은 싹트기 시작하던 반생산성 운동을 강력하게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 (p.128)

    • 그 대안으로 제안하는 것이 슬로우 생산성

  • 이 책의 한계는 "지식 노동의 생산성 전반을 다루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어느 정도 업무 자율성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프리랜서와 1인 경영자, 중소기업 경영자가 여기에 속한다"(p.60)는 것임

    • 그 이유는 "이런 환경에서는 상사의 요구로 유사생산성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유사생산성을 자초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개인이 실험할 수 있는 여지가 아주 많"기 때문임

      • 저자도 인정하고 있듯이 아직은 "실험"적인 개념일 뿐임

      • "철저한 감독을 받는 사무실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내가 제안하는 전략을 온전하게 실천하기 어려울 수 있다". (p.61)

  • 이 책은, 자기계발서의 고전 《나는 4시간만 일한다》에서 말하는 내용을 지식 노동 분야로 바꿔 쓴 것 같음

    • 그만큼 인상적이거나 새로운 내용이 없음

  • 사회 구조적인 문제는 일절 외면하고, 개인의 결단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관점의 반복

  • 등장하는 사례들도 기존 자기계발서들에서 본 패턴들의 반복

  • 이 책에서 하나 얻은 것은 로저 에버트의 《위대한 영화》라는 책을 알게 된 것

  • 칼 뉴포트의 책은 이제 더 읽지 말아야겠음

    • 나는 “Huge fan”까지는 아니었지만 이 독자 리뷰가 내 감정을 대변해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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