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워크》의 저자 칼 뉴포트는 《딥 워크》, 《디지털 미니멀리즘》 등의 자기계발서로 유명한 컴퓨터공학 교수입니다. 혼란스러운 디지털 시대에 절제와 집중을 통해 큰 성과를 내는 서사로 많은 호응을 얻었죠. 본인의 화려한 이력 — “다트머스대학교를 최우수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MIT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분산 컴퓨팅 등을 연구하며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여 2009년, 2018년, 2022년 각각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 도 그 서사를 완성하는 데 한몫 했을 겁니다.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는, 몇 안 되는 자기계발서 저자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해서, 그의 책은 꽤 챙겨봤었죠. 그러나 ‘자기계발류’에서 관심이 멀어지면서 그의 글이나 책도 읽을 일이 없었는데 최근에 신간이 나왔다고 해서 오랜만에 읽게 됐습니다.
그리고 다 읽고 내린 결론은, 부정적입니다.
《슬로우 워크: 덜 일함으로써 더 좋은 결과를 내는 법》(Slow Productivity), 칼 뉴포트(지음), 이은경(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24
이 책의 주제는 자기계발서들의 오래된 클리셰인 지식 노동자들의 포디즘 극복임
그 방안으로 '슬로우 생산성'(slow productivity) 개념을 제안함
다음 세 가지 원칙에 근거해 지속 가능하고 유의미한 방식으로 지식 노동 업무를 꾸려나가려는 철학
업무량을 줄인다
자연스러운 속도로 일한다
퀄리티에 집착한다
흔히 말하는 '생산성'의 개념은 모호함
특히 지식 노동 분야에서는 더욱 그러함
"20세기가 흘러가면서 이처럼 눈에 보이는 활동을 기준으로 삼는 휴리스틱1이 지식 노동 생산성을 판단하는 주요한 방식이 됐다" (p.33)
그 결과, '유사생산성'이 등장했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
유사생산성: 실제 생산 노력을 어림잡아 측정하는 주요 수단으로 눈에 보이는 활동을 이용하는 방식(p.34)
'빨리빨리' 역시 유사생산성
또한, 코로나 "팬데믹은 싹트기 시작하던 반생산성 운동을 강력하게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 (p.128)
그 대안으로 제안하는 것이 슬로우 생산성
이 책의 한계는 "지식 노동의 생산성 전반을 다루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어느 정도 업무 자율성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프리랜서와 1인 경영자, 중소기업 경영자가 여기에 속한다"(p.60)는 것임
그 이유는 "이런 환경에서는 상사의 요구로 유사생산성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유사생산성을 자초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개인이 실험할 수 있는 여지가 아주 많"기 때문임
저자도 인정하고 있듯이 아직은 "실험"적인 개념일 뿐임
"철저한 감독을 받는 사무실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내가 제안하는 전략을 온전하게 실천하기 어려울 수 있다". (p.61)
이 책은, 자기계발서의 고전 《나는 4시간만 일한다》에서 말하는 내용을 지식 노동 분야로 바꿔 쓴 것 같음
그만큼 인상적이거나 새로운 내용이 없음
사회 구조적인 문제는 일절 외면하고, 개인의 결단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관점의 반복
등장하는 사례들도 기존 자기계발서들에서 본 패턴들의 반복
이 책에서 하나 얻은 것은 로저 에버트의 《위대한 영화》라는 책을 알게 된 것
칼 뉴포트의 책은 이제 더 읽지 말아야겠음
나는 “Huge fan”까지는 아니었지만 이 독자 리뷰가 내 감정을 대변해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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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나 시간 등이 부족할 때 직관적으로 판단하는 추론 방법. — 옮긴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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