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장서표에 관해 몇 번 얘기(#534, #536)한 적 있었죠. 그런데 최근에 책에 장서표 붙이는 사람 주변에서 보신 적 있나요? 저는 없어요. 장서인은 가끔 있지만요. 그만큼 희귀한 취향이 되어버렸죠.
요즘처럼 책이 흔해져버린 때 ‘이 책은 내 책’(Ex-libris)이라고 표시한다면 시대착오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어요. 재밌는 건, 책은 흔해졌어도 읽는 사람들은 줄어들었다는 통계죠.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걸 다른 매체로도 얻을 수 있게 됐으니까요. 똑같은 걸 얻을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논쟁이 있겠지만요.
그래도 저는 장서표 또는 장서인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네요. 그 준비를 위해 관련 책도 몇 권 가지고 있지만, 이미지 자료도 수집하고 있어요. 다른 나라에는 꽤 다양한 장서표 문화가 있나봐요. 하나하나가 멋진 작품입니다.
덴마크 ‘프레데릭스하운 미술관’은 온라인으로 장서표 컬렉션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장서표를 구경할 수 있어요. 왼쪽 사이드바에 있는 기능을 이용해 컬렉션별, 시대별, 나라별, 제작기술별, 작가/소유자별 등으로 필터링해서 볼 수도 있네요.
제가 책에 장서표를 붙이게 된다면 가지고 있는 모든 책에 붙이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어떤 책은 버릴 수도 있고 누구 줄 수도 있고 하니까요. 그러니까 결국엔 가장 소중한 책들에 붙이지 않을까요? 그 소중함의 기준은 책주인마다 모두 다를테고, 그 기준이 장서표 내용에도 영향을 주겠죠.
제 기준은 이렇습니다:
많은 지식과 영감을 주었나?
‘물건’으로서의 책으로 완벽에 가깝게 만들어졌나?
이 책만큼은 아이들에게 꼭 물려주고 싶은가?
제대로 읽진 못했지만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쁜가?
사실 저 기준을 충족 못하는 책은 책장에 꽂아놓을 필요도 없지 않을까 싶지만, 아직은 책 욕심이 앞서네요.
장서표는 지금 배우고 있는 전각 기법을 활용해서 만들려고 해요. 얼마 전 새긴 ‘學而時習’(학이시습) 같이 책, 공부 관련된 좋은 문구들로 만들 수도 있구요. 다만 그림 솜씨는 제 안에 존재하지 않아서, 역사적 이미지 자료 등을 활용해서 만들면 어떨까 싶어요. 고전, 종교 관련, 한국 근대 자료 등 찾아보면 정말 많죠.
첫 번째 장서표를 만들어서 책에 붙이면 참 기분이 좋을 것 같네요.
여러분들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요.
날씨가 많이 추워졌네요. 감기도 유행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건강 유의하시구요.
주문도 받아 주세요~~
오 좋네요. 저는 제가 찍은 사진 중에서 좋아하는 사진은 인화해서 뒷면에 제 도장을 찍어 보관하는데, 확실히 애착이 생기는 행위인 것 같아요. 그리고 누군가에게 엽서나 편지를 쓸 때, 밀랍 인장을 찍는걸 좋아합니다. 나만의 문양이 생기는것은 뭐랄까 참 낭만적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