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ㅇ난감》이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했을 때 조금 의아했다. 내 기억으로는 나온 지 꽤 된 웹툰이었기 때문이다. 요즘이야 살인하고 피 튀기는 웹툰이 별거 아닌 게 됐지만, 2010년 당시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진 이 만화는 꽤 파격적으로 ‘살인’을 다뤘다. 작가가 포털 웹툰에서 연재하려고 했을 때 ‘다음 웹툰’은 폭력성을 이유로 연재를 거부했고, ‘네이버 웹툰’에서는 그때까지 없던 19세 이상만 볼 수 있는 기능을 처음으로 만들어서 어렵사리 연재를 했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한다. 드라마도 모두 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만들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화면 연출도 감각적이었다. 특히 극중 ‘송촌’으로 분한 배우 이희준은, 있을 것 같지 않은 캐릭터를 우리가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 인물로 연기함으로써 드라마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해줬다. 이런 배우인지 몰랐다.
의대 정원 확대 문제가 극단으로 가고 있다. 선친이 병석에 있을 때 의사에 대한 인도주의적 환상이 모두 깨졌고, 그들도 평범한 생활인일 뿐이라는 걸 절실히 느꼈었다. 이젠 히포크라테스 선서만이라도 충실히 지키면 훌륭한 의사라고 생각한다. “서울대 공대 두고 ‘의대’ 픽···어쩌다 ‘의대 공화국’이 됐나”의 통계를 보니 ‘의대 쏠림 현상’이 예상보다 훨씬 더 심하다. 이것도 외환위기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고, 결국 경제적 부와 독립을 추구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경제적 자유를 누리며 사는 건 누구나 바라는 일일 거다. 그러나 그 자유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장서표에 대한 관심으로 《책 도둑의 최후는 교수형뿐이라네: 애서가들의 장서표 이야기》까지 사게 됐다. 이 책의 저자 쯔안(子安)은 열성적인 장서표 수집가인데 꽤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책의 저자 소개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유학까지 한, 전도유망한 청년이었으나 악성 질환으로 인해 자신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런 절망의 순간에 만난 것이 장서표라고 한다. 이 책은 여러 장서표마다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물건이 문화로까지 연결되는 모습을 관찰할 때가 제일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