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내내 월터 J. 옹의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만 붙잡고 있었습니다. 두 번 가량 읽었고 카드로 만들었고 뉴스레터도 썼던 책이죠. 그런데 누가 내용에 관해 압축적으로 설명해보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번에 더 꼼꼼이 정리하면서 카드 내용을 나누기도 하고, 추가도 하고, 연결도 하고, 태그도 붙이면서 정리했어요.
《구술문화와 문자문화》(Orality and Literacy), 월터 J. 옹(지음), 임명진(옮김), 문예출판사, 2018 (제3판)
지식정원에 정리한 카드가 1.6배 정도 늘어난 것 같아요. 참조 카드만 75장이네요. 너무 많이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 책은 그러고 싶었어요. 수사학, 연설과 관련해서 꼭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하고, 문자문화 특히 전자 기술로 인한 문자성과 이차적 구술성이 대세인 현대에, 말로 실행되는 연설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걸까, 어떻게 만들고 행해져야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크기 때문이죠.
최근 몇 년 사이에 제 관점을 넓혀준 책 두 권이 이 책과 요한 하위징아의 《호모 루덴스》에요. 《호모 루덴스》는 종이 노트에서 아직 다 옮기질 못했어요. 이것도 조만간 작업을 해야겠네요.
지켜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지식정원에 책을 정리해 놓은 방식이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여러 개의 카드들로, 다른 하나는 노트 한 페이지로 정리해 놓은 거죠.
후자의 노트 정리는 제 기준으로는 아직 완료된 정리가 아닙니다. 저 노트를 단일한 내용이나 테마나 컨셉으로 분리해서 카드들로 만든 후에 연결시켜야 비로소 정리가 끝나는 거죠.
카드로 정리하는 건 다들 아시는 ‘제텔카스텐 방법론’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 방법론의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면서, 저한테 맞는 규칙들을 추가, 수정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종이 카드에 적는 것을 우선으로 했지만, 디지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이젠 ‘옵시디언’에 우선 정리하고 있죠. 그래야 지식정원을 가꿀 수 있기도 하구요.
이번 작업을 하면서 새삼 느꼈지만, 옵시디언은 참으로 대단한 앱입니다. 지금까지 써봤던 모든 지식관리 및 노트 앱을 통틀어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제가 많이 쓰고 더 잘 다루게 되면서 그렇게 느끼는 거겠죠. 아무튼 더 좋은 앱이나 서비스를 끊임없이 찾아다니는 것보다 괜찮다 싶은 게 있으면 내 손발처럼 다룰 수 있을 때까지 쓰는 게 더 나은 선택인 것 같아요.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도 몇 번 읽으니까 이 책 안에서 그리고 다른 책과 연결시킬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네요. 그렇게 카드를 연결시킬 때는 통쾌한 느낌 같은 것이 있어요. 내 ‘결정성 지능’이 아직 쓸만하구나 싶으면서, 새로운 통찰이 생겼다는 기쁨이 있죠.
그 연결을 통해 새로운 질문거리가 생기거나 복합적인 지식을 만들게 되면 그것 역시 카드에 정리하죠. 그건 ‘참조 카드’가 아니라 ‘메인 카드’로 분류해서 연결해요. 지식정원에도 전부는 아니고 몇 개 올려놨어요. 아직 설익은 생각이기도 하고 아직은 혼자만 알고 싶은 것도 있고 해서요.
이 ‘카드 연결’이란 것이 참 재밌기도 하지만, 막막하면서 귀찮을 때도 있죠. 더군다나 새로운 연결을 찾지 못했을 때는 참 재미없어요. 이렇게 예측불가능한 내적 보상을 주기 때문에 중독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 (조심조심)
📢 예고했던 《위대한 책, 잘못된 논증》 해설 연재는 추석 연휴가 끝난 후 시작하겠습니다.
지식정원 업데이트
갑자기 호찬님 책상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졌어요. 제 책상은 난장판이거든요. 그래서 노트정리를 잘못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거라도 핑계를 삼고싶긴 하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