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에서 시작한, 버지니아 울프의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독서모임(#583, #584, #586)을 오늘로 끝마쳤어. 얇은 책이다보니 여유 있게 읽었네.
온라인 독서모임을 처음 하면서 알게 된 점들이 있는데,
나 혼자 읽었으면 몰랐을 관련 사실들을 다른 참여자들 덕분에 알게 된다
같은 책을 읽어도 각자 다르게 느끼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다
만약 ‘모임지기’가 책에서 토론할 주제 몇 개를 미리 정하고 참여자들이 그것에 관해서만 토론하도록 모임을 이끌면 긍정적일까?
참여 신청을 한 모두가 글을 남기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올리는 사람은 한정적이다
온라인에서는 긴 대화를 이어가기가 어렵다
디스코드(Discord)처럼, 답장이 많이 달리는 경우에 별도 ‘스레드’로 전환되는 기능이 있다면 특정 주제의 대화를 길고 깊게 이어나갈 수 있을까?
온라인에서의 토론은 선형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우리가 오프라인에서 하는 대화는 망(網)처럼 만들어지고, 직전의 대화를 암묵적으로 전제하기도 하고, 맥락의 미묘함을 잘 잡아내는 사람들은 그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대화를 하기도 한다.
온라인만의 장점도 있지만 그걸 최대로, 충분히 활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문장 인용을 올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문학은 공유입니다》는 내가 처음 읽은 버지니아 울프의 책이야. 그에 대한 소문, 찬사, 신화는 충분히 들었지만 ‘굳이…’라는 생각 때문에 외면했던 작가지. 이 책이 그 고정 관념을 깨는 계기가 됐어.
오늘 어딘가 다녀오는 길에 든 생각인데, 우리는 누군가가 구축한 멋진 세계를 구경하다가 사랑에 빠지는 게 아닐까 싶어. 그게 소설, 영화, 연극 속 세계일 수도 있고, 정치(精緻)한 이론으로 새롭게 설명한 세계일 수도 있고, 한 인간이 살면서 결정한 선택들로 만들어진 세계, 즉 삶일 수도 있고, 지구 반대편의 도시일 수도 있고 말이야. 내가 알지 못했던 매혹적인 세계.
책 한 권 읽었을 뿐이지만 버지니아 울프라는 세계는 강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세계더군. 그가 옹호하는 이른바 모더니즘 작가들도, 다 내던지고 그들의 작품 속에 뛰어들진 못했지만 내가 선망하는 작가들이기도 했고.
이런 생각들을 하며, 나도 모퉁이마다 궁금함과 기대감이 기다리고 있는 내 세계를 만들어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 같은 것이 저 밑에서 꿈틀거리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