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에서 읽고 있는 《문학은 공유지입니다》는 이제 여섯 째 글 〈서평 쓰기〉까지 읽었어. 이제 딱 절반 읽었네.
각 편은 길지 않아서 금방 읽을 수 있지만, 두 주 남짓에 걸쳐 사람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천천히 읽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야.
(비문학 책도 이렇게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평범히 넘겼던 부분을 다른 사람은 이렇게 읽었구나, 다른 참여자가 올려준 관련 정보를 읽으며 이렇게도 연결되는구나, 역시 이 부분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주었구나 등등을 알아 가고 있어.
버지니아 울프도 〈서평 쓰기〉에서, 자신이 언급하는 ‘서평가’는 문학 작품의 서평가를 가리키는 것이고, “역사, 정치, 경제학 분야의 서평가는 제외”한다는 것을 분명히 짚고 넘어갔지(사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서평은 비문학 분야에 관한 것이 더 많고, 문학에 관한 서평보다는 ‘비평’을 더 많이 읽은 것 같네).
독서 모임 플랫폼 ‘그믐’에서는 이런저런 책을 읽는 독서 모임들이 진행 되는데, 사람들이 주고받는 대화 모음이 일종의 서평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봤어. 서평보다 출간되는 책이 더 많은 것 같고, 서평과 비평이 분명히 구분되지 않고, 서평인지 광고인지 알기 힘든 시대가 지금이지만 말이야.
독서 모임에 선택되는 책은 훨씬 적을 것이고, 모임에 온 사람들은 그 책을 좋아해서 온 것이 거의 확실하고, 나쁜 점을 얘기할 용기를 가진 사람은 드물 것이니 그 모임의 대화가 서평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짧은 생각일지도 모르겠어. “결코 죽은 것이 아닌 〈영원한 표준들〉”을 되살리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온라인에 쓰는 글은 짧고 단순해지고 있어. 길고 어려운 글을 모니터로 읽는 건 대부분에게 버거운 일이야(전자책은 논외). 그 결과로 우린 인터넷에서 쉬운 글만 읽고 쓰는 건 아닌가 싶어.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고, 자신의 사고 실험 결과로 다른 사람을 설득해 보려고도 하는 글은 벽마저 외면하는 혼잣말이 되기 십상이지.
그렇다면 그런 글들을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들면 되지 않을까? 자신만의 글이 될 수는 없겠지만 더 괜찮은 글에 참여할 수는 있지 않을까? AI에게 독창성을 도둑 맞기 전에 사람들이 모여 더 대단한 상호창의성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새삼 더 많은 질문, 공감, 협력, 설득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네.
단편적이고 단순한 글들만 선호하는 취향이 세상을 점령해가는 것은… 일단 스마트폰으로 어려운 글을 보기엔 눈이 빠질 것 같아요ㅋㅋㅜㅜ
스마트폰이 영상이 아닌, 글 읽기에 최적화된 기술을 갖춘다면 세상이 저희 바램대로 조금은 변화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