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두 개를 쓴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네. 〈만사씨 표류기〉를 (일요일 빼고) 매일 쓰면서 〈서울외계인〉도 일주일에 최소한 한 번 또는 두 번 쓸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러나…😭
생각해 낸 대안은 〈만사씨 표류기〉에서 일주일 내에 발행했던 뉴스레터 중 가장 함께 읽고 싶은 것을 주 1회 보내기로 했어. 그리고 추가로 ‘오리지널 컨텐츠’😳를 1회 이상 만들어 보내기 위해 노력해볼게. 뉴스레터를 둘 다 구독하고 계신 분들께는 양해를 부탁드려요.
아래는 지난 〈만사씨 표류기〉 11월 10일 뉴스레터야.
만사는 '올해의 만화'를 결정했다
2023.11.10
만사는 만화를 좋아한다. 어렸을 때 한글을 비교적 일찍 깨친 것도 만화책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좋은 만화를 찾아서 보는 편인데, 웹툰보다는 출판만화를 선호한다. 연재 만화는 얼마 전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한 〈블루 자이언트〉 시리즈, 〈신부 이야기〉 등을 보고, 평가가 좋은 국내외 그래픽노블을 찾아서 본다.
일반 만화책(코믹북)과 그래픽노블의 차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이야기가 완결되지 않은 형태로 나오는 만화책을 코믹북, 이야기가 완결된 형태로 나오는 만화책을 그래픽노블”1 이라고 하는 정도로 느슨하게 정의되는 것 같다.
읽을만한 그래픽노블을 찾다가 한국만화문화연구소에서 ‘10월 〈이달의 출판만화〉’로 선정한 《황금동 사람들》이라는 작품을 알게 되었다.
《황금동 사람들》, 박건웅(지음), 우리나비, 2023.
이 책은 고양 금정굴 민간인 학살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사건은 “1950년 서울 수복 후 인민군 부역 혐의자나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적법한 절차도 없이 153명의 민간인이 경기도 고양시 탄현동 금정굴에서 경찰, 치안대 등에 의해 집단 희생당한 사건”(pp.688~689)이다.
작가는 이 비참한 역사적 사실을 여느 역사 만화책과 같이 사실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와 2부는 시간적 순서가 뒤바뀌어 있다. 1부에서 독자에게 던져지는 초현실적이며 불가해한 상황들이 2부의 역사적 사실들로 인해 현실성을 얻게 될뿐만 아니라 사실 그 이상의 것을 전달한다.
글로만 이루어진 책이 아닌 만화에 대한 평을 하기에는 만사 스스로 역부족이라고 느낀다. 서사 구조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많은 것을 놓치는 것이고 그 이상의 것을 동원해야 하는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은 만사가 지금껏 본 한국 그래픽노블 중에 단연 최고라는 것은 알겠다.
이 책에 대한 평가 중에 작가의 “집요함”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참으로 그렇다. 캐릭터 만들기, 캐릭터들 간의 관계, 배경이 되는 황금 아파트와 역사적 사실 간의 연결, 1부 곳곳에 배치해 놓은 긴장들의, 2부에서의 해소 등에서 허술함이라고는 찾기 힘들다.
만사는 보통 책의 페이지 수는 확인하지 않고 주문을 하는데 이 책을 받아보고 나서 깜짝 놀랐다. 무려 7백여 쪽에 달하는 ‘벽돌책’이었던 것이다. 가격도, 그래픽노블들이 좀 비싼 편이긴 하지만 정가가 42,000원이다. 판매가는 이보다 낮지만 선뜻 사서 읽기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도 꼭 봤으면하는 바램이 생겼기 때문이다. 만화책마저도 천천히 읽는 만사가 시간이 멈춘 듯이 금방 읽어냈을 정도로 이 책은 대단했다. 이런 경우는 기쁨, 슬픔, 분노, 회한 등 여러 감정을 동시에, 강하게 또는 약하게 느끼게 하는 작품을 만났을 때인데, 이 책이 그렇다. 만화책이어서 도서관에서 신청을 받아줄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해서라도 일독하기를 강력 추천한다.
이규원, ‘그래픽노블의 정의와 감상 방법에 관하여 - 첫 번째 이야기’ (채널예스)
만화에 푹 빠져든 소년의 모습! 그 시절 만화는 꿈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요술문이었지~~~~ 그 시절이 그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