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단순한 열망》을 발견한다
《단순한 열망: 미니멀리즘 탐구》, 카일 차이카(지음), 박성혜(옮김), 필로우, 2023.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물질의 소유나 미학, 감각적 인식, 삶을 대하는 철학의 영역에서 드러나는 “적을수록 좋다”라는 관념이 과연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그 근원을 알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
나는 물질보다는 관념으로서 미니멀리즘의 비밀을 알아내고 싶다. 물질의 소유나 결핍에 집착하는 차원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며 주어진 일상에 맞서기 위한 미니멀리즘에 관심이 있다. ⋯
미니멀리즘의 역사가 일관되게 이어지지 못한 이유는 그 태생 탓이다. 본래 미니멀리즘은 과거 이력을 지우려는 경향이 있다. 마치 되풀이될 때마다 새롭게 시작하려는 듯 말이다.
(pp.39-40)
2. 이 책의 저자인 ‘카일 차이카’에 관심이 생긴다
카일 차이카(Kyle Chayka)
미국의 작가이자 평론가인 카일 차이카는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문화, 예술에 관한 글을 주로 쓴다. ⋯ 언론인을 위한 뉴스레터이자 디지털 커뮤니티인 ‘스터디 홀’의 공동 설립자이며, ‘카일 차이카 인더스트리’라고 이름 붙인 뉴스레터를 통해 디지털 알고리즘에 관한 글을 나누고 있다.
뉴스레터를 찾아가 최근 글 ‘(디지털) 미디어의 의미’를 읽어본다. 내용 중 엘리너 스턴(Eleanor Stern)이라는 사람을 발견한다.
이제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시청자들이 틱톡TikTok의 토킹헤드와 오디오/비디오 형식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엘리너 스턴은 그런 점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크리에이터 중 한 명입니다. 그녀는 방금 나온 기사나 언어학의 기이한 점, 또는 온라인의 미학적 트렌드를 요약하는 비디오 에세이를 틱톡에서 만듭니다. 곧 출간될 책의 일부를 위해 이러한 동영상을 제작하는 방법에 대해 인터뷰했습니다. 스턴은 "친밀하고 친근한 어조는 틱톡에서 보상을 받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청자가 동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더라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도록 도와줍니다. 그녀는 문예지가 새로운 작가를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장소라는 내용의 동영상 에세이가 틱톡에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 그 이유는 시청자들이 문예지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스턴은 "어떤 특정한 것에 스스로 관심이 있는지 몰랐던 사람들에게 그것을 알려주는 것은 생산적인 일이라고 느낍니다"라고 말합니다.
3. 엘리너 스턴의 틱톡을 찾아본다
틱톡은, 몇 번 시도해봤지만 적응하지 못한 미디어 중 하나.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며 그의 틱톡 영상 하나에 들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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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청소년, 청년들도 틱톡을 많이 쓰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곳에서는 (이 단어를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세대 차이’가 느껴진다. 짧게 쉬지 않고 이어지는 틱톡 영상들을 보고 있으면 머리가 이상해지는 것 같다. 앱을 설치했다 지웠다를 반복한 이유다.
4. 영상, 영상! 영상?
최소한 디지털 영역에서는 문자만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노력은 이제 관심 받지 못하는 것 같다(종이책은 다른 문제). 그 ‘오직 문자’라는 형식 자체만으로는 오래되고 지루한 것으로 오해 받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제 영상, 최소한 음성을 이용해야 할까? (451호에서 연결되는 고민)
내 마음 깊은 곳에는 진짜와 가짜 진영이 있다: ‘진지한 문자 중심 텍스트 → 진짜’, ‘정신 없고 눈요기만 가득 찬 영상 → 가짜’가 벌이는 싸움. 그러나 스스로에게 희망적인 것은 제3의 진영도 힘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틱톡에서 #booktok 태그가 유행한다는 것, 엘리너 스턴 같이 “스스로 관심이 있는지 몰랐던 사람들에게 그것을 알려주는 것”,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최선의 미디어를 선택하는 것 등이 연결되어 있다.
현재 세상의 주무대가 ‘영상’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겠다. 그렇다면, 페스티벌의 보조 무대에서 많지 않은 진성 팬들을 위해 연주할 것이냐, 안전지대를 벗어나 불편한 마음을 이기며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이냐의 선택이기도 하다.
저는 요새 유튜브도 끊었어요. 그 와중에 본문에 인용된 틱톡을 보니 엄청 화려해서 눈이 팽팽 돌아가고, 괜히 미묘한 감정이 드네요. (어우 영어가 읽을 수 있는 것보다 빠르게 콸콸 쏟아져요!)
요새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이어폰조차 안끼고 음소거된 영상을 보는 사람이 정말 많은데, CC 혹은 자체자막 달린 영상을 현명하게 소비하는 "바쁜 현대인"들의 문화죠. 특히 장애인이 없는 것처럼 사는 우리나라에서 자막이 보편화되는 건 접근성 측면에서도 참 좋은 일이에요.
하지만 자체자막은 결코 좋은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동번역을 가로막고, 가독성(?)도 결코 좋지 않으니까요. 유튜브 커뮤니티 자막 폐지 건도 겹쳐지네요. 영어가 콸콸 쏟아지는 저 틱톡을 보니, 숏폼 영상의 붐과 함께 그나마 낮아지고 있던 언어의 장벽이 다시 높게 세워지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LLM이 보편화되며 정말 여러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지만, 언어의 사용에 있어 문법이나 국적 등의 형식을 벗겨내고 표상representation만을 남기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에서는 조금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데요. 그 점에서 영상매체가 오히려 장벽을 세우고 있다고 말하려니 새삼 특이하네요. 숏폼 영상으로 컨텐츠를 창작하는 것은 레거시 미디어의, 혹은 변화를 마주한 인류의 마지막 저항인가요 (라고 말하면 지나치게 낭만적인 문장인가요?)
확실히 키보드를 쓰면 헛소리가 길어지네요. 선생님 덕분에 책 한 권 또 사고 갑니다 그럼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