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를 처음 시작한 플랫폼은 여기 서브스택이 아니라 메일리라는 곳이었어. 플랫폼들이 다 그렇지만, 장단점이 있고 쓰다보니 내가 더 필요한 것은 서브스택에 있었기 때문에 216호까지 발행했지만 긴 고민 없이 옮겼지.
처음 시작할 때 목표가, 일 년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365일 뉴스레터를 쓰는 것이었기 때문에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양이 쌓였어. 어찌어찌 목표는 달성했는데 메일리에 남겨두고 온 216편이 생각날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지. 이가 빠진 사기 그릇처럼.
그 찜찜함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며칠 걸려 다 옮겼어. 텍스트를 카피하고, 이미지를 복사하고, 날짜를 수정하고, 글주소를 다듬는 과정을 거쳤지. 그리고 모든 글을 내보내기해서 클라우드에 백업까지 완료. 아름답고 개운하도다.
1호를 2021년 4월 9일에 발행했으니 벌써 만 3년 남짓 지났네. 옮기면서 그때 글을 돌이켜 읽어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어. 빼먹지 않기 위해 억지로 쥐어짠 글도 있고, 터무니 없이 짧은 글도 있고, 일 년이 되는 날 365호를 발행하면서 뿌듯해하며 자존감으로 충만한 글도 있고.
여러 시도를 했고, 목표했던 결과물과 멀어진 것도 있고, 다른 길로 이어진 것도 있고, 까맣게 잊은 것도 있고 그렇네. 내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편이지만 과거의 나를 보니 칭찬해줘도 괜찮겠어.
이번 ‘copy & paste’가 반성과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계기였던 것 같아. 요즘 다른 일에 몰두하느라 뉴스레터에서 좀 멀어졌는데, 만 3년 남짓 이걸 쓰면서 어느새 뉴스레터 쓰기가 내 정체성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 같네.
이제 많은 구독자분들이 좋아하는 책, 문구 얘기도 자주 써야겠고, 이 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수익모델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돈 벌어야지. 떳떳하게.
정말로 고생하셨습니다^^..
차분히 하나씩 읽어볼게요.
세상에나, 고생하셨습니다. 제 입덕글은 "#77 오늘의 문구 쇼핑 목록"이었어요. 덕분에 만년필도 입문하고 한동안 완벽한 메모지와 공책을 찾아 전전하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저는 모나미(단, 약간 비싼)와 4등분한 이면지에 정착했지만, 문구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