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잠바티스타 비코의 《새로운 학문》을 읽겠다는 결심을 했었지. 그래서 읽을 준비를 하고 있어. 그리고, 지난주 559호에서 소개한 《위대한 수사학 고전들》에는 비코가 빠져있어서 궁금증에 한국수사학회 학회지를 뒤져봤어. 내가 가지고 있는 1호부터 최근호인 48호(다섯 호는 없음)까지 목차를 다 확인했는데 비코에 대한 내용은 없더라고. 한국수사학회에서는 비코에 큰 관심이 없나봐.
선생님의 《역사 고전 강의》 ‘제19, 20강 - 잠바티스타 비코, 《새로운 학문》’ 부분과 《레토릭의 역사와 이론》의 ‘8장: 계몽주의 레토릭’ 중 ‘비코와 인간 사상의 레토릭’ 부분 정리한 것을 지식정원에 올려놨어.
정리한 것을 다시 읽고 다듬으면서 《레토릭의 역사와 이론》에서 번역 문제 몇 개가 눈에 들어왔는데, 비코의 중요한 개념인 ‘잉게니움(ingenium)’을 한 문단 안에서 하나는 ‘직관력’으로 다른 하나는 ‘창의력’으로 번역했더라. 이건 문맥에 따라 다르게 번역할 단어는 아닌 것 같아서 영어판을 찾아보니 "ingenium: The intuitive ability to grasp similarities or relationships”라고 되어 있어. 번역하면 ‘유사성이나 관계를 파악하는 선천적 능력’이 되겠지.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번역했나 검색을 해봤지만 딱히 찾을 수 있는 자료가 없었는데,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위원 맹영선씨가 쓴 〈토마스 베리의 생태 사상 이야기〉라는 글에서 잉게니움을 ‘구상력(構想力)’으로 번역했더라고. 해당 부분을 인용해보면,
비코는 인간이 확실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잉게니움(ingenium, creative imagination)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잉게니움(構想力)이란 “적당한 매사(媒辭)의 발견으로 서로 떨어져 있는 다른 사상(事象)을 하나로 결합하는 능력”이다. 비코는 이 능력을 기억력, 상상력과 함께 인간 지성작용 가운데 제1작용, 즉 판단과 추리에 앞서는 표상작용(表象作用)을 맡는 것으로 파악했다. 비코는 이 능력의 창조적 기능에 주목하고, 잉게니움의 배양을 통하여 자연과학의 함정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학문》에도 당연히 이 용어가 나와있을 것 같아서 뒤져봤는데, 아직 읽지 않은 책이다보니 뒤져봐도 못 찾겠네. 나중에 선생님께 여쭤봐야겠어.
그리고 《새로운 학문》을 뒤적이며 느낀 건 ‘이 책 만만치 않겠구나’라는 거야. 대충 봐도 어려워. 내가 읽을 수 있을까 싶었어. 그렇게 갈팡거리다 예의 그 지적 허영이 함께 올라왔지. 🤫 내.가.읽.는.다.
낭만주의 공부하면서 비코를 읽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더 강해졌고, 그와 함께 플라톤의 《향연》을 ‘외워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니클라스 루만의 《열정으로서의 사랑: 친밀성의 코드화》도 읽고 싶어졌어.
사랑, 참 어렵다.
외계인님은 항문을 하셨으면 대성하셨을 듯^^ 앗! 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