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동안 선생님의 〈미학, 예술학, 예술철학〉 강의 녹취록을 공부 삼아 재정리했어. 선생님 강의녹음/팟캐스트 녹취록을 ‘공부하는 세무사’님이 항상 올려주셔서 고맙게 잘 활용하고 있어(공부하는 세무사님, 고맙습니다.🙏)
정리 작업 초반에 세 가지 방식을 실험해봤어. 첫 번째는 강의의 핵심 내용, 개념 들을 카드로 정리하는 방식이야. 이미지의 중간쯤 있는 빨간색 링크를 누르면, 따로 정리한 해당 내용의 카드(문서)로 이동하는 거지.
이 방식의 장단점은 분명해. 내용을 개별 카드로 ‘원자화(atomizing)’해서 다른 지식과 쉽게 연결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반면, 내용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방향이다보니 맥락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어. 원자화가 아닌 파편화가 되는 거지.
그래서 생각해 낸 두 번째 정리 방식은, 맥락을 따라 내용은 최대한 살리면서 형식은 가독성 높은 (글머리를 이용한) 아웃라인 형태로 정리하는 거야. 이 방식은 가독성이 높긴 하지만, 이걸 ‘정리’라고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더라. 영상으로 치면 그냥 ‘가편집’, 임시편집 정도가 아닌가 싶은 거지. 후속 공부에도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고 말이야.
세 번째 방식은 앞의 두 개의 장점을 결합해보려는 시도인데, 형식은 아웃라인 형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내용은 시간 순서가 아니라 해당 강의 회차의 목표, 개념, 강조되는 내용 등을 중심으로 재구성해서 정리해 보려고 했어. 그리고 전체 내용과 맥락에 대한 파악을 마친 후에는 첫 번째 방식에서 시도했던 카드로 원자화하는 작업까지 할 계획이야.
원자화, 다시 말해 ‘카드로 만들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런 거야. begreifen이라는 독일어 단어는 ‘이해하다’, ‘파악하다’라는 뜻도 있지만 ‘잡다’, ‘쥐다’라는 뜻도 있어. 파악(把握)이라는 한자어와 마찬가지지. 우리가 너무 큰 물건은 손으로 세게 잡기가 힘들잖아? 지식도 마찬가지로, 내가 확실히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려면 처음부터 그 크기가 너무 크면 안 된다고 생각해. 뇌가 지식을 ‘장악(掌握)’할 수 있게 적절한 크기의 단일한 내용으로 만들어주고(⚛️원자화), 뇌의 특기인 연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거지. 그렇게 하다보면 뇌의 손아귀 힘이 세져서 더 크고 어려운 지식도 잘 움켜쥐고 연결할 수 있겠지.
문서 작업은 거의 다 옵시디언(#452 참고)으로 하는데, 위 이미지처럼 작업창을 두 개로 분할해서 왼쪽에는 녹취록 원본을 띄워놓고, 오른쪽에서는 정리 작업을 하니 매우 직관적이고 편하더라. 나중에 카드 만들기 작업을 할 때도 이렇게 해 볼 계획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