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사용하는 지식/정보 관리 앱으로 옵시디언(Obsidian)에 정착하는데 성공한 것 같다고 430호에서 얘기했었지. 그로부터 이제 딱 한 달이 됐는데, 쓸수록 좋은데? 너무 좋아.
정착에 실패했던 것은 못 생긴 디자인 탓이 컸는데, 버전 1.0을 넘어가고나니 한결 정리돼서 이제 아무 불만이 없어. 또 시행착오를 거쳐 내 취향에 맞는 테마와 글꼴을 설정하고나니 텍스트가 돋보이고 단순함이 강조되는 인터페이스가 완성되었어.
테마는 가장 인기 많은 ‘Minimal’을, 글꼴은 iA Writer에서 제공하는 ‘iA Writer Quattro’와 ‘LINE Seed Sans KR’을 쓰고 있어. 옵시디언에서 Minimal은 대표 테마이고, 세부 설정을 위한 플러그인들도 있어서 더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iA Writer Quattro는 한글도 일부 지원하는데, 가독성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어. 글꼴 설정 순서에 따라 앞의 글꼴이 지원 못하는 것은 그 다음 글꼴이 지원하니까 한글은 대부분 LINE Seed Sans KR을 사용하는 거지. 이 글꼴들은 모두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서 사용할 수 있어.
옵시디언처럼 거의 모든 플랫폼 — macOS, iOS, 안드로이드, 윈도우, 리눅스 등 — 을 지원하는 앱이 모든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는 경우가 요즘은 별로 없잖아. 물론 개인 사용에 한해서이고 Sync, Publish 기능은 예외이지만, 그렇게 무료로 서비스할 수 있는 이유는 데이터가 클라우드가 아니라 사용자 기기에 저장되니까 제작사에서 부담할 저장 장비, 트래픽 비용이 없어서겠지. 그래서 Sync, Publish는 유료인 것이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편이야.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안드로이드, 윈도우, 리눅스 사용자들의 경우, 기기 간 데이터 동기화(Sync) 설정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거야. macOS, iOS 사용자는 iCloud를 이용하면 부드럽게 해결이 가능해. 그 외의 플랫폼은 유료 기능인 Sync를 사용하거나 어떤 설정을 해야 하는데, 자료를 얼핏 봤을 때 좀 복잡해 보였다는 것. 데이터 동기화가 필요 없는 사람은 전혀 문제가 안 되겠지만 말이야.
옵시디언 사용 방법을 알려주는 자료를 만들어볼까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유튜브를 찾아보니 국내외 자료가 이미 많아. 잠깐만 검색해봐도 기초부터 친절히 알려주는 강의들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내가 주로 보는 채널은 Nicole van der Hoeven이란 곳인데, 잘 만든 영상이 많아. 옵시디언을 쓰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주제를 잘 선정하고, 설명도 잘 하고, 영상 편집도 깔끔해. 게다가 꾸준히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성실함까지 있더라. 이 정도 퀄리티인데 구독자 수는 2.9만 명밖에 안 되는 거 보면 옵시디언이 마이너한 주제이긴 한 것 같아.
플러그인도 좋은 것이 많아서 고급 기능들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앱이라고 할 수 있지. 사람들한테 꼭 추천하고 싶더라. 그러나 익숙하게 꾸준히 사용하려면 넘어야 할 ‘사소한’ 장벽이 몇 개 있긴 해.
앱의 포지션이 정확히 MS워드, 한글(HWP), 구글Docs 같은 문서편집기가 아니어서 낯설 수 있고, 노션(Notion) 같이 친절하고 상세한(그러나 무거운) 인터페이스를 지원하지도 않고, 편집기 툴바도 없어서 마크다운(Markdown) 문법을 전혀 모르면 당황스러울 수 있고, 노트끼리 연결해서 맥락을 만들고 그래프로 시각화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는 사용동기가 부족할 수 있는 그런 앱이지만, 이것들만 넘어선다면 현재 나와있는 지식/정보 관리 앱 중에서는 최고라고 생각해.
Obsidian에 잘 적응하신 것 같습니다^^
저도 계속 잘 쓰고 있습니다. 제 보관소 저장 파일은 오늘 기준으로 2,437개입니다. 가성비를 기준으로 했을때 이만한 노트 앱이 없는 것 같습니다. 서울외계인님은 티아고 포르테 폴더 방식을 쓰고 계신 것 같아 보이네요. 이런 유형의 노트앱에 대한 높은 허들은 누구에게나 굳이 사용할 필요는 어플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 한 때 많은 이들이 '제텔카스텐'!, '세컨드 브레인'!이라고 열광하다가도, 뭔가 자신의 일 프로세스에 활용할 구석이 없거나, 지속적으로 아웃풋을 꾸준히 만들지 않는 사람에게는 계륵같은 어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쓰시면서 용례를 가끔씩 보여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강력 추천하시니 한번 쓰고 싶네요.
(아무리 아무리 해도 손에 안 익던)원노트 -> (아무리 해도 손에 안 익던)노션 -> (좀 익숙해지는 듯한)업노트에 왔는데... 어느 날 문득, 뭐 엄청난 걸 하겠다는 것도 아니구먼 이렇게 장비; 따라 전전긍긍할 필요가 있나 싶어져서 '아 다 몰라 그냥 a4가 짱이야' 하고 있지만요. 전전긍긍하는 재미도 소소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