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브레인》, 티아고 포르테(지음), 서은경(옮김), 쌤앤파커스, 2023.
생산성 관련 책은 더 이상 보지 않으려고 했는데 말이야.
마침 디지털, 아날로그에 걸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지식, 정보 관리 체계를 일신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에 나타난 신간이야. 신장개업한 식당 찌라시 같은, 찢어내 버리고 싶은 표지(영어판의 표지를 보라)는 무시하고.
저자인 티아고 포르테는 ‘제텔카스텐’(#14 참고) 자료를 찾다보면 만날 수밖에 없는 사람.
영화 같은 데 나오듯이, 자신이 본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세컨드 브레인’ 필요 없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제2의 뇌’ 역할을 하는 도구를 가지고 있을 텐데, 그걸 잘 만들고 관리하는 방법을 이 책이 알려주고 있지.
내가 선택했고, 쓰고 있고, 추천하는 것은,
방법론으로는 PARA(세컨드 브레인) + 도구로는 옵시디언Obsidian
PARA는 프로젝트Projects, 영역Areas, 자원Resources, 보관소Archives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말. 이 넷의 특징을 비교해보면,
프로젝트: 현재 AND 단기 AND 결과 있음
영역: 장기적
자원: 관심사(주제, 정보, 취미, 열정 등), 향후 활용
보관소: 지금은 비활성화된 것들
옵시디언은 몇 번을 사용해보려다가 정 붙이는 데 실패했었는데, 이번에 성공. 나중에 자세히 써볼게.
이런 지식 관리 방법론의 함정은 자료만 모으다가 끝난다는 거야. 나중에 쓸 일이 있겠지, 하면서 무작정 ‘저장’ 버튼 누르는 거지. 그런 문제에 대한 대책도 알려주는데, 아무튼 저자가 일찍부터 생산성 영역에서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대충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 내가 부딪혔던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대부분 알려주더라.
사람들은 대부분 발산과 융합 가운데 융합을 더 힘겨워한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호기심이 많을수록 관심사도 다양하며, 기준이 높고 완벽을 추구할수록 발산 모드에서 융합 모드로 전환하기는 더 어렵다. 선택지를 삭제하고 어떤 길을 갈지 정하는 일은 고통스럽다. 가능성으로 가득한 아이디어가 삭제되는 걸 보면 창의적인 과정에 따르는 슬픔을 느낀다. 이것이 바로 창의적인 작업이 힘든 이유이다.
뭔가를 설명하는 이메일이든 신제품 디자인이든 실험 보고서든 어떤 일을 마무리하려고 책상에 앉으면 조사를 더 하고 싶은 유혹을 참기 어렵다. 인터넷 창을 수십 개 열고 검색하거나 책을 더 주문하거나 작업 방향을 완전히 틀어버리기 쉽다. 그렇게 하면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마음이 끌린다. 앞으로 나아가는 듯하지만, 냉정히 말해 이것은 완료하는 순간을 뒤로 미루는 발산 행동이다.
— 《세컨드 브레인》, ‘효과적인 융합 과정을 위한 세 가지 전략’ 중
만능 해결책이란 건 거의 없지만, 현재 지식/정보 관리에 사용할 방법론이나 도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은 꼭 읽어봐. 많은 생산성 관련 책을 봐왔지만, 이렇게 지식을 다루는 데 있어서 “피상적인 층과 지식을 활용하는 도구”에 걸쳐 명쾌하게 제시하는 책은 처음이네.
지식을 다루는 데는 피상적인 층과 지식을 활용하는 도구가 있습니다: 노트를 연결하고, 태그를 붙이고, 이와 유사한 작업을 할 때마다 피상적인 지식 층에 관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계층은 피상적인데, 정보와 지식, 심지어 데이터를 구별하는 구체적인 특징에 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옴표나 그림을 위한 정교한 저장소를 만들려고 할 때에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피상적인 특성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의 수준이나 일반성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신속하게 해결해야 합니다. 아마도 여러분이 일상에서 기능하기 위해 취하는 아주 기본적인 행동과 비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양치질을 하고,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고(또는 간헐적 단식을 연습하기 위해 일부러 거르기도 합니다), 운동을 하는 등의 행위는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정점이라기보다는 인간으로서 기능하기 위한 기초 작업입니다. 지식 작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식을 다루는 데 있어 노트를 최고의 성취로 연결해서는 안 됩니다(적어도 그렇게 하는 것은 잠재력에 대한 모욕이므로 해서는 안 됩니다). 더 깊이 들어가야 합니다.
가능한 한 깊이 들어가려면 실제로 무언가를 만들어 보아야 합니다. 사용하고 싶은 (지식) 도구를 만드세요. 책, 기사 등을 가공할 때 여러분(또는 여러분의 고객)에게 어떤 도구가 필요한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그런 다음 처리의 깊이와 가치 창출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적절히 결합하세요. 깊이는 가치 있는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들었을 때 적절한 처리 깊이의 임계값에 도달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내 생활이 바뀌면서, 직상생활을 해오며 생긴 나쁜 습관들도 없애고 새로운 패턴을 만들려고 노력중인데 금방 되진 않네.
주장하고 싶은 것도 없고 자랑하고 싶은 것도 없어서, 매일 기록하고 정리하려고 할뿐이야.
창의력에 한 가지 비밀이 있다면, 우리가 주변에 끼치는 영향을 수집하고 정리하려고 매일 노력할 때 창의력이 생겨난다는 사실.
— 《세컨드 브레인》 중
10년쯤 전에 엄청 열정적인 기관장을 만났었지! 온갖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이었고 몹시 부지런하기까지 한 분이었는데, 우리 기관의 모든 것을 뜯어고치기 시작했지! 하루에도 생각나는대로 고치고, 고치고, 또 뜯어고쳤어! 슬슬 짜증이 나더라고! 저 사람 지금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알면서 저러는걸까? 제대로 설정된 목적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일들인가?
결론은 한 개인의 자기만족에 불과한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지! 하지만, 그 사람한테 얘기하지 못했어! 첫째, 나보다 많이 높은 사람이었고, 둘째, 열심히 해보겠다고 뛰어다니는 사람한테 당신이 잘못하고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비관론자들에나 어울릴 것 같은 찜찜함 때문이기도 했어! 딱 하나, 일본식 표현인 것 같은 후생관 명칭을 바꿔야겠다는 아이디어에 딴지를 걸었고(바꾸려면 예산만 2천만원 넘게 들어감 - 대한민국 국회에도 후생관이 있으니 잘못된 이름이 아니라고 우겼음), 바꾸지 않기로 했어!
공직을 그만둔 지금, 지나간 나의 공직생활에서 가장 후회되는 점은, 왜 지휘관들에게 좀 더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하는 점이야! 매사에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이 공직자의 가장 바람직한 모습일텐데 말이야! 물론 인간 사는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지만, 그렇더라도 좀 더 솔직해지려고 노력했어야 했다는 생각이(후회가) 들어!
"앞으로 나아가는 듯하지만, 냉정히 말해 이것은 완료하는 순간을 뒤로 미루는 발산 행동"을 많이 해서 뜨끔했어요. 그런데 저 출판사엔 손이 안 가서 책을 읽을지는...
저도 새 패턴 만들기가 쉽지 않아 의기소침+포기+좌절+배짱 등등의 시기를 보내고 있어선지, 응원하고 싶네요.
옵시디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