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얘기한 대로, 엘로이시어스 마티니치의 《홉스: 리바이어던의 탄생》 중 제8장 ‘《리바이어던》의 탄생(1651~1653년)’을 읽었어. 정리한 내용은 마찬가지로 👾 지식정원에 올려놨어.
이 책은 홉스에 대한 전기(傳記)이지만, 홉스라는 인물보다는 《리바이어던》에 대한 내용 때문에 읽었어. 책 전체를 읽지는 않았지만 제8장에서 말하고 있는 홉스의 면면들은 인물에 대한 관심까지 불러일으키더라. 청교도혁명으로 인해 혼란으로 가득한 시기에 매우 뛰어나면서도 자만에 가까울 정도로 자신만만한 지식인으로서의 행보가 흥미롭더라고.
누구라도 자기 말에 토를 달면 화를 내고 나가버렸다. 자기는 가르침을 주러 왔지 논쟁하러 온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p.364)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하며 시대와 맞서는 것이 아니라 권력과 불화하지 않기 위한 이론을 만들어냈지. 홉스는 수사학의 대가이기도 해서 논증 전개를 따라가다보면 참 교묘하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의 주장으로 사람들을 격분시킨 것에 자부심”마저 느꼈다고 하지.
"쌩뚱맞은 주장을 한 것은 미끼입니다. 그 다음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p.375)
홉스는 법이 없으면 인간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지를 설명하면서도 '비참하다'고 직접 말하지는 않는다. 무법천지의 상황이 어떤 것인지만 보여준다. (p.380)
“《리바이어던》은 철학사에서는 매우 중요한 책이지만 이 책이 홉스의 일생을 지배한 것은 아니”라고 해. “홉스의 이론 중 중요한 부분은 이미 초기 저작에 다 나와” 있고, “《리바이어던》의 주장은 그가 일생 동안 싸워 온 투쟁의 극히 일부와 관련이 있을 뿐”(p.417)이라는군.
그럼에도 “《리바이어던》은 ‘근대인의 경전’으로서 조금도 손색이 없”는데, “자신의 그 어떤 저작보다도, 혹은 당대의 그 어떤 저작보다도 근대인의 정신을 강력하게, 웅변적으로, 포괄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이야. “이 책에는 물리학, 생리학, 도덕학, 정치학, 비판 신학이”(pp.373-374) 모두 들어 있어.
이 책을 번역한 진석용 교수는 《리바이어던》 원전 번역자이기도 해. 원전 전체를 번역한 한국어판은 이 책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어. 재밌는 것은, 《홉스》에서 인용한 《리바이어던》의 내용이 원전 번역판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더라고. 《리바이어던》 한국어판이 2008년에 나왔고, 《홉스》가 2020년에 나왔으니, 그 시간 동안 수정하고 싶은 번역이 생겼구나 싶더라.😆 내가 가지고 있는 《리바이어던》은 1쇄인데, 요즘 판매하는 건 몇 쇄인지 모르겠네.
이번 주의 책은 이거야.
《마르크스 이해하기》, 욘 엘스터(지음), 진석용(옮김), 나남출판, 2015.
이 책은 제2권의 제7장 ‘정치와 국가’만 정리할 계획이야. 이번 책도 공교롭게 진석용 교수가 번역한 책이네.
저는 호기심에 발을 담갔던 '종교들(?)'이 조금씩 진심이 되어서, (기독교 쪽 부캐로는) 성경을 0.7독쯤 한 것 같아요. 그러고 나니 "청교도혁명으로 인해 혼란으로 가득한 시기"가 정말 얼마나 혼란했을 지 조금 더 와닿기도 하고, 기독교 변증학 쪽을 접하다보니 수사학을 좋아하시는 마음에 대해서도 점점 이해가 되고 그러네요.
원래는 이번 반년간 <의식의 기원>을 중심으로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독서의 역사>, <오른쪽 두뇌로 그림 그리기>를 곁들여서 의식과 문화의 병진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를 미루어보는 장대한 목표가 있었는데, 마침 선생님께서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를 독파하시는 동안 전 목표를 팽개치고 있었네요. 이런...
이런 고전을 읽고 싶어하는 외계인이 부럽다! (그 정신세계가) 레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