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까지는 《숀 세이어즈의 플라톤 『국가』 해설》을 읽었고, 노트 정리한 것을 PDF(A4 26장)로 만들어 👾 지식 정원에 올렸어.
이 책에서 필자의 목적은,
이 책[《국가》]의 보다 깊은 철학적인 주제들 … 을 끄집어내서 그것들을 현대적인 논쟁들의 문맥 속에 위치시키는 것이다. (p.21)
그러므로 필자의 목적이라는 ‘필터’를 통해 《국가》를 재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해. 특히 플라톤이 — 그리고, 마르크스 역시(저자는 헤겔과 마르크스 연구로 박사학위 받음) — ‘공동체주의(communitarianism)’를 역설하고 있다는 것을 논증하기 위해 저자가 동원하고 있는 재해석들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
《국가》를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과 더불어 관련 지식도 함께 얻을 수 있었어. 그 중 “플라톤의 자서전 격인” 《일곱째 편지》의 진위 논란이 진품으로 결론났다는 것을 알게 돼서 꼭 읽어보려고 해.
이번 주부터 읽을 책은 487호에서 언급했던 월터 J. 옹의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로 정했어.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월터 J. 옹(지음), 임명진(옮김), 문예출판사, 2018. (352페이지, 458g)
이 책의 주제는 구술성(口述性, orality)과 문자성(文字性, literacy)의 차이에 관한 것이다. … 이 책을, 또는 무슨 책이든 ‘읽는’ 사람들은 당연히 내면에서부터 문자문화(literate culture)에 익숙하기 때문에, 구술문화에서의 사고와 언어표현(오늘날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고 때로는 기묘하게도 여겨지지만)은 어떠한 것인지가 이 책의 첫 번째 주제가 된다. 두 번째로 주제가 되는 것은 문자에 익숙한 사람의 사고와 표현이 구술성으로부터 어떻게 생겨났는가, 그리고 그러한 사고 및 표현과 구술성의 관계는 어떠한가 하는 것이다. …
이 책의 초점은 구술성과 문자성의 관계에 있다. …
전자 시대는 ‘이차적 구술성’ 즉 쓰기와 인쇄를 통해 존립하는 전화·라디오·텔레비전의 구술성으로 형성된 시대이기도 하다. …
이 책에서 논하고자 하는 것은 …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에 있어 ‘정신구조(mentality)’의 차이에 관한 것이다. (‘서문’ 중)
이렇게, 구술성에는 두 가지가 있더군.
일차적 구술성: 문자성의 세례를 전혀 받지 않은, 즉 쓰기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구술성
이차적 구술성: 쓰기와 인쇄를 통해 존립하는 전화·라디오·텔레비전의 구술성
내가 생각한 구술성은 이 ‘이차적 구술성’인 것 같네. 당연히 내게도 일차적 구술성은 “익숙하지 않고 때로는 기묘하게도 여겨지”니까 말이야.
바로 지금 궁금해하고 있는 주제라 기대가 되는 책이야.
책을 뒤적거리다가 재밌는 걸 발견했는데 여기서도 앞에서 말한 플라톤의 《일곱째 편지》를 언급하고 있더라고.
《파이드로스》나 《일곱 번째 서한》에서 플라톤은, 쓰기가 지식을 처리하는 수단으로서 기계적이고 비인간적이며 질문에 무책임하고 기억력을 손상시킨다며 쓰기를 유보하자는 의견을 심각하게 표명한 바 있다.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플라톤이 열렬하게 탐구한 철학적 사고가 쓰기에 전적으로 의존했는데도 말이다. (p.61)
이렇게 공부한 것들이 연결되는 경험을 할 때마다 참 재미지지.
글자 쓰기나 읽기에 아직 서툰, 아이들이 하는 말도 일차적 구술성에 포함될 수 있을까 문득 궁금합니다. 만4-5세 즈음의 아이들이 꽤 조리있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걸 보면 은근히 놀랍습니다.
또는 일부 외국어 학습자의 경우, 오직 소리로만 배워서 유창하게 말할 수는 있어도, 문자는 잘 모르거나 관심없는 사람들도 본 적이 있는데, 이런 경우도 일차적?...으로 분류해도 될까요. 🤔 (그러고 보니 어서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말을 이해하는 것보다 글을 이해하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아!(더 많은 지적 역량이 필요함) 말을 하게 되면서 더 복잡한 관계를 만들 수 있었다면, 글을 쓰게 되면서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게 되었지!
영장류는 더 그렇겠지만, 영장류가 아닌 동물이라도 약속된 소리로 일정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글자를 사용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지!
글자를 통해 끝없는 상상을 펼치는 인류를 바라보면서 조금만 상상해 보면, 말을 못하는 고등생명체는 있을 수 있으나 글자를 사용하지 않는 고등냉명체는 존재하기 힘들것 같은 느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