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일주일 동안 요한 하리가 쓴 《도둑맞은 집중력》을 모두 읽었다. 모두 464페이지.
책 읽는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닌데다, 카드에 정리하면서 읽다보니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그만큼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내용이 많았다(그리고, 이 책을 읽고나서 책을 천천히 읽는 것은 좋은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카드는 모두 85장으로, 전체 페이지 대비 18.3%이니 비교적 많이 쓴 편이다. 모아보니 두툼하다.
내용에 대해서는 몇 번에 나눠서 써보려고 한다. 이 책은 저자의 말대로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집중력에 관한 탐사보고서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집중력 회복을 위한 지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읽은, 집중력에 대한 어떤 책보다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며, 내가 여러분에게 말해야 할 내용은 이보다 더 복잡하다. 즉, 나 역시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음을 먼저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집중력 문제에 관해 현재 나와있는 거의 모든 책이 이 문제를 개인의 변화가 필요한 개인의 결함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책들은 디지털 다이어트 책이다.
책의 결론 부분을 먼저 읽고 시작했는데, 솔직히 저자의 거대한 기획에 신뢰가 가지 않았다. 현실성이 부족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첫째, 감시 자본주의를 금지해야 한다. 고의적인 해킹으로 중독된 사람들은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주4일제를 도입해야 한다. 늘 탈진 상태인 사람들은 주의를 기울일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아이들이(자기 동네와 학교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어린 시절을 되찾아야 한다. 집 안에 갇힌 아이들은 건강한 집중력을 발달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의 ‘마법’은, 모두 읽고 나면 저 결론에 전적으로 동의할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순진”하지 않다.
당장 공유하고 싶은 몇 부분만 인용해본다.
우리가 거짓말 속에서 길을 잃고 끊임없이 동료 시민에게 화를 내면 여기서부터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우리는 실제로 벌어지는 일을 이해하지 못한다. … “유튜브를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급진화될 수 있”다. …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괴한 거짓 정보를 가득 채워서 자기 존재에 대한 진짜 위협과 존재하지도 않는 위협을 구분하지 못하게 만든다. 어떤 국가든 이러한 거짓 정보에 오래 노출되면 분노와 비현실 속에서 길을 잃어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통달’이라고 칭하는 감각, 즉 자신이 무언가에 능숙하다는 감각이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감각은 기본적인 심리 욕구다. 자신이 무언가를 잘한다고 느낄 때는 그 일에 집중하기가 훨씬 수월하고, 자신이 무능하다고 느낄 때는 집중력이 소금에 전 달팽이처럼 쪼그라든다.
이번에 느낀 전자책의 단점 하나는 정확한 페이지 번호 인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혼자 읽고 말 책이라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렇게 글을 써서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된다. 전자책을 읽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글꼴 크기, 여백, 줄간격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페이지 번호는 항상 바뀐다(그러므로 위의 카드에 적힌 페이지 번호는 무시해 주시길. 그래서 괄호 안에 넣었다).
(추가 비용이 들겠지만) 전자책을 만들 때 종이책의 페이지 번호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든다. 한국의 경우 하드커버, 페이퍼백 등 여러 판본으로 출판하지 않으니 구현이 더 수월할 것 같다. ‘종이책의 권위’라는 관점보다는 인용 기준이 되는 좌표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카드에 기록한 내용들은 옵시디언에 입력할 예정이다. 카드 수가 많아서 이번에는 얼마나 걸리는지 시간을 재보려고 한다. 왜 그렇게 이중으로 작업하는지 물으신다면, 해보고 말씀드리겠다. 462호가 참고가 될지도 모르겠다.
다음으로는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을 읽을 계획이다.
저도 얼마 전에 다 봤습니다. 보고 나서 이걸 어떤 형태로든 주변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15분 톡을 할 기회를 만들고 있는데, 정작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저도 제텔 카드를 써볼까요?) 얼마 전에 방에 있던 음반을 싹 리핑하면서 음반 하나하나를 만지다 새삼 물리적인 경험이 사람에게는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 생각이 더욱 강화되는 계기도 되었어요.
비록 저는 이 책을 저자의 취지에 맞게(?) 종이책으로 보긴 했지만, 말씀하신 전자책 인용 문제는 저도 공감하고 있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문제에요. 천 쪽이 넘는 책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 뷰어 앱에서 인용 및 이동[goto]에서 소수점 첫째자리 정도를 사용하기로 하면 정확성 면에서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은데, 아마 지원해줄 것 같지 않아요. (쪽수 대신 'xyz.a%'가 나오면 좋아할 사람도 많지 않아 보이고요.) 일단 선생님도 "전체 페이지 대비 인용 페이지" 식으로 인용하면 (e.g. p.225/464) 나중에라도 대충이라도 감이 오지 않을까요.
전체의 18.3% 압축률로 독서를 완료했다고 하니 독특한 생각이 드네요. 압축률이 높은 게 좋은걸까요, 낮은게 좋은걸까요? 책의 장르별로 압축률의 최적점[sweet spot]이 존재할까요?
일에만 집중력이 높아 고민이니(높고 낮음으로 이야기하는 게 맞나 암튼), 한번 훑어라도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