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는 책과 가지고 있는 책의 분야를 줄여보려고 해. 알고 싶은 게 많아 기웃거리다보니 여러 분야의 책들이 책장에 꽂혀 있는데, 이제 결심했어. 스타트업, 인터넷 비즈니스, UX, 새롭게 일하는 방식, 자기계발류 등의 책은 대부분 버리고 앞으로 사지 않기로. 그래서 지금 가지고 있는 책들 중에 정말 다신 펼쳐보지 않을 것 같은 책부터 정리중이야. 충동 구매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지만, 그것도 한정된 분야 내에서만 해야지.
이런 결정을 하고 나서, 오늘 〈Dense Discovery〉 186호에서 공감 가는 내용을 봤어.
당신이 만약 외과의사에게 건강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면, 수술을 제안할 것이다. 만약 스타트업 전문가에게 커리어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면, 규모를 키우는 것을 제안할 것이다. 인간적 크기의 프로젝트들을 축하하는 대신, 스타트업 전문가들은 그 프로젝트들을 놓쳐버린 기회로만 볼 것이다.
쉽게 말하면, 뭐 눈에는 뭐만 보이는다는 거겠지. 나도 인터넷 업계에서 오래 일했으니 분명히 그 고정 관념, 편견을 가지고 있을 거야. 누군가는 그걸 ‘전문성’이라고, ‘급변하는 세상’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것이라고 하겠지만 이젠 그게 독毒같이 느껴지네. 그저 직업을 위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 그럼 이제 해야할 일은? 그 ‘제대로 보기’ 위한 길을 찾을 수밖에. 책 역시 그 길을 따라야겠고. #387에서 한 고민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봐야지.
새로 생긴 관심사 중 하나는 불교인데, 계속 관심은 있었지만 책을 본 지는 꽤 됐어. 일단 집에 있는 — 《불교의 체계적 이해》, 《한글 아함경》, 《곰브리치의 불교 강의》 등 선생님께서 추천하신 — 책들부터 읽으려고 해. 특히 《곰브리치의 불교 강의》는 평소 불교에 대해 갖고 있던 의문에 대해 잘 설명해 놓은 것 같아. 이를테면, 불교가 타종교(브라만교, 자이나교 등)로부터 받은 영향, 윤회, 무상, 연기, 명상 수행 등의 개념이 궁금했어.
또 다른 관심사는 스토아주의, 그 중에서도 세네카(기원전 4~기원후 65)야. 스토아주의의 기본 개념은 《철학으로서의 철학사: 존재에 관한 인간 사유의 역사》 (pp.160~167)에 나온 것을 보고, 《세네카의 대화: 인생에 관하여》를 보려고 해. 그리고는 #377에서 말한 것처럼 《주체의 해석학》으로 이어가려고.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면 좋을지도 생각해 봐야겠어.🫠
어떻게 먹고 살지 고민해서 이나마 살아낸건지 안그랬어도 이보다 나쁘진 않았을지 잘 모르겠다. 엄청 짠내나게 씀씀이를 줄이고 사는 일은 여전히 관심이 가.
책만 팔아도 부자되실 듯^^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