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 디지털, IT 등과 관련된 링크나 내용을 자주 올렸었는데, 요즘은 거의 안 올리고 있어. 이 생각을 하니까 가슴이 답답해지는데, 이른바 신기술, 새롭게 일하는 방식, 새로운 조직 운영 방식 등등이 과연 사람을 위한 것, 우리의 자유를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느냐에 대한 커다란 회의 때문이야. 그런 ‘도구’들이 결국 자본주의 체제와 그에 수반되는 거대한 가스라이팅에 봉사하고 있을 뿐 아닌가라는 회의.
난 그것들을 이용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의지, 자율성, 자기실현 등 개인의 긍정적 가치와 조직의 목표를 조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이상적인 바램이었던 것 같아. 개인도 조직도 그런 것을 입으로는 얘기하지만, 진심으로 원하진 않는구나라는 것을 알게 됐지. 아직도 순진한 나.
기업의 경쟁을 위해, 기업의 입맛에 맞는 ‘인재’로 끼워맞춰지기 위해, 그리고 그 ‘기업’이라는 정체도 이젠 일부 경영진이 아니라 그 가스라이팅에 동참하는 평범한 직원들을 포함하는, ‘이 수준 이상의 능력은 필수’라는 압력을 행사하는 집단으로까지 확대되었지.
그 ‘돈줄기’에 빨대를 꽂기 위한 각종 컨텐츠, 광고, 홍보, 도구를 만들어내는 일들이 이 시대에는 ‘지혜’로 인정받고 있으니까.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 — 돈을 만들지 못하면 그 도금 왕관을 쓸 수 있겠어? ‘#광고’를 발견하지 못하고 평소처럼 호감과 방심 상태에서 컨텐츠를 보다가 결국 광고임을 알아채고 느낀 배신감을 포함해서.
이제 이 웅장한 자본주의의 수레바퀴에 깔리거나 톱니바퀴에서 탈락할 때가 되어서인지도 모르겠어. ‘먹고 살기 위해서’는 나도 그 언저리에 어떻게든 붙어있거나 빨대 비슷한 거라도 걸쳐놔야 할텐데. ‘진성성’도 마케팅 용어로 쓰이고 있으니 뭘 할 수 있을까라는 또 다른 회의. 오히려 정직한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했다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한 예로, 누군가는 선망하며 배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넷플릭스의 이런 조직 (문화가 아닌) ‘규칙’은 한국에서 망사용료를 둘러싼 횡포, 주가가 떨어지자 계속 인상되는 구독료와 각종 꼼수를 포함하는 것인가? 아무리 허울좋은 마케팅과 미사여구로 치장해도 자신들과 소비자의 이익이 충돌할 땐 굉장히 쉽게 자신들의 이익을 선택 하는 단순한 집단들. 어떻게 보면 쉽게 예측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고 할까.
이런 모든 소란스러움과 번잡함을 뒤로 하고…
기술에 관해서는 선생님께서 추천하신 《철학과 전산과학》부터 읽으려고 해. 결국 책에서 길을 찾을 수밖에. 최선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살아왔는데 어쩌겠어.
어쩌다보니 밑줄쟁이가 되고 있네요. 평소에 열심히 IT기기나 생산성에 대해 알아보면서도 갑갑하게 생각하던 지점을 좀더 명확하게 말해주는 지점 같기도 하고요.
"그런 ‘도구’들이 결국 자본주의 체제와 그에 수반되는 거대한 가스라이팅에 봉사하고 있을 뿐 아닌가라는 회의."
다음 주말에 추천해주신 책 읽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