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호에 등장했던 《애자일 컨버세이션》을 제대로 읽어보려고 오늘 다시 펼쳤어. 원래는 책 전체를 먼저 한 번 빠르게 통독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예상치 못한 내용에 부딪혀서 진도를 별로 못 나갔어.😫 책 앞부분에서 ‘어려운 감정적 업무(difficult emotional work)’라는 개념을 언급하긴 했었는데 설마 이 정도로 ‘감정적인’ 업무일 거라고는 예상 못했네.
대화를 통해 학습하는 핵심 기술이 4R, 즉 기록(Record), 성찰(Reflect), 수정(Revise), 역할극(Role Play)인데 첫 단계인 ‘기록’부터 내용 소화가 쉽지 않았어. 종이를 반으로 접어서 펜을 들고 ‘2열 대화 분석’을 이용하는데 아래 그림과 같이, 오른쪽 열(대화 참여자가 한 말)을 먼저 작성하고 왼쪽 열(그 말을 했을 때 들었던 생각)을 채우는 식이야.
알려준 방법대로 기록은 할 수 있겠지. 그런데 ‘이 방법을 내 현재 업무 환경에 적용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잘 상상이 안 되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거야. 그림 왼쪽 열(“노버트의 생각과 느낌”)의 감정들을 봐. 아마 내가 읽은 애자일 관련 책들 중에 가장 감정적인 내용들이 아닐까 싶어. 문제는 실제 업무 현장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상황이라는 거지. 저렇게 대화가 끝나버리면 조직은 천천히 병들어 가면서 개선 같은 건 구호로만 남겠지.
그래서 결론은, 이 책은 좀 더 찬찬히 읽어보면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인지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는 것, 특히 한국처럼 위계질서가 강한 기업문화라는 현실을 감안하면서 말이야.
추가로, 이 책에서도 142호에서 언급했던 ‘가치 흐름 지도(Value Stream Map)’의 장점을 언급하는데 아직 개념도 확실히 모르고 활용 방법도 모르니 좀 답답하네. 부러뜨려야겠어. 대체 어떤 모습의 결과물을 목표로 하는 건지 궁금해서 《Value Stream Mapping》의 부록에 ‘Software Development Change Request Value Stream’ 예시가 나온 걸 먼저 봤어.
뭘 위한 것인지는 대충 알겠는데, 실제 그리는 방법은 아직 오리나 되는 짙은 안개 속에 있어.
그래도 궁금한 게 있다는 사실을 즐기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