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4 도서대출 우중산책
폴 리쾨르, 프리드리히 키틀러, 트랜스미디어, 신간
빌린 책들을 반납1하고 새로 빌려오면서 삼청동과 삼청공원을 산책했다. 오랜만의 우중산책이라... 빌린 책으로 가득찬 배낭이 무거웠지만 큰 우산과 상쾌한 공기 덕분에 걸을만 했다. 삼청공원은 이제 주변의 산책로나 등산로로 연결되기 때문에 난이도를 선택할 수도 있는데, 평지로만 걸으면 긴 산책은 하지 못한다. 오늘은 비도 오고 어림짐작으로 15kg을 등에 지고 있으니 가장 짧은 코스로 만족했다.
요즘 가회동 한옥마을은 관광객 통행 제한 시간이 있어서 외부인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다닐 수 있다. 그래서인지 비가 와서인지 관광객은 드문드문 보일 뿐이었다. 단속되면 과태료가 10만원이던데, 주민들은 별도의 신분증 같은 것이 있나 싶다.
오늘은 모두 여덟 권의 책을 빌렸다.
폴 리쾨르, 《시간과 이야기 1》 (1999)
폴 리쾨르, 《텍스트에서 행동으로》 (2002)
이양수, 《폴 리쾨르》 (2016)
유현주·김남시, 《프리드리히 키틀러》 (2019)
한혜원 외,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이해》 (2015)
서성은,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2018)
요시 할라미시, 《100% 뇌 활용법》 (2025)
그레임 에번스, 《문화공간의 생산과 소비》 (2025)
폴 리쾨르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한권으로 읽는 문학이론》(〈노상기록〉 25호, 2025.5.29, 이하 《문학이론》)을 읽고 나서였다. 이 책에서는 주로 리쾨르의 《텍스트에서 행동으로》를 인용하며 그의 해석학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은유이론을 방법론의 중심"에 두고 있는데, "은유가 텍스트의 축소판"이며 "은유와 텍스트는 단지 그 분량에서만 차이가 날 뿐"(83-84)이라는 입장이다.
"작품을 이해한다는 것은 작품의 역동성, 다시 말해 작품이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작품이 은유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으로 나아가는 역동적인 운동에 충실히 따르는 것을 뜻한다." — 《문학이론》, 86
리쾨르 철학 전체보다는 문학이론에 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악하고 싶은데, 아마도 《텍스트에서 행동으로》와 《시간과 이야기》가 그에 해당하는 책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확신할 수는 없어서 《앤서니 티슬턴의 성경해석학 개론》에서 제12장 '폴 리쾨르의 해석학', 컴북스이론총서의 《폴 리쾨르》를 우선 읽어볼 생각이다.
이걸 읽는다고 해서 ‘최신 한국 소설’을 당장 그럴듯하게 해석할 수는 없겠지만, 인상비평 수준에서는 벗어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 바램의 실현을 위해 역시 《문학이론》에서 재확인한 프리드리히 키틀러를 함께 읽기로 했다. 키틀러는 '20세기 말에 기호학의 인접영역으로 등장한 매체이론'(261)을 다루고 있다.
키틀러는 매체의 접속방식을 분석하고 규명할 뿐만 아니라, 해석학이 '문자'라는 매체의 작용으로 생겨난 것임을 드러내는 식으로 매체의 역사도 서술한다. 매체는 '인간'의 지식형태를 규정하는 선험적 원리이자 담론형성의 전제조건이다. — 《문학이론》, 262-263.
그의 책 《축음기, 영화, 타자기》, 《기록시스템 1800-1900》은 오래전에 샀는데, 배경지식이나 맥락을 모르고 읽기에는 어려운 내용이라 앞부분만 조금 읽었었다. 그래서 키틀러도 컴북스이론총서2 《프리드리히 키틀러》의 도움을 얻기로 했다.
서브컬처뿐만 최근 대중문화의 스토리텔링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트랜스미디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중요성에 비해 관련 책들은 많지 않고, 문화상품과 마케팅에 초점을 맞춘 책들이 혼재된 상태다. 그 중에서 고른 책이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이해》와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니 좋은 점 중 하나는 책 선택에 실패해도 별 타격이 없다는 거다. 좀 읽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반납. 끝. 그래도 이왕 빌렸으니 재밌는 발견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100% 뇌 활용법》, 《문화공간의 생산과 소비》는 책 정보와 목차를 보고 혹해서 장바구니에 넣어두었으나 확신은 갖지 못해서 혹시나 하고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했었다. 그런데 두 권 다 구비되었으니 빌리러 오라고 문자가 왔다. 연말에 가까워지면 예산 소진으로 신청이 안 되던데, 남은 기간 동안 일주일에 두 권씩 열심히 신청해야겠다.
— 〈노상기록〉 70호(2025.9.19)
완독율은 약 80%
이 시리즈를 읽을 땐 편법을 쓰고 있는 것 같은 죄책감이 매번 들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