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3 '데모'하면 떠오르는 것들
정보라, 《아무튼, 데모》 (2024)
이번 윤석열 탄핵을 거치며 우리 사회는 또 다른 집회시위 문화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집회’와 ‘시위’는 어떻게 다른가?
집회: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해서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
시위: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威力) 또는 기세(氣勢)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制壓)을 가하는 행위1
살면서, 꼭 나가야했던 집회에도 거의 나가지 않았다. 두려움 때문인지 비겁함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둘 모두인 것 같지만, 핑계를 찾자면 아마도 대학 때 경험했던 '데모'의 처참한 기억 때문인 것 같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그런 폭력은 대학 신입생에게는 난생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그때와 같은 폭력은 더 이상 없겠지만, 그래도 가슴 한구석에는 집회시위에 관한 오랜 불편함이 여전히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정보라 작가의 이 책은 읽는 나에게는 자학적이면서도, 통쾌함을 느끼게 했다.
《아무튼, 데모》, 정보라(지음), 위고, 2024
정보라 작가는 인간으로서 흥미롭기도 하다. 소설을 쓰고, 러시아 문학과 폴란드 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그만둔) 대학 강의도 하고, 논문과 번역서도 꽤 많이 내놓았으며, 전국 곳곳의 시위에도 참여한다. 생산성, 성취한 결과로 인간을 판단하면 안 되겠지만, 다른 사람 기죽이기 좋은 이력이다.
그가 참여한 집회시위는 한두 개가 아니다. 이 책에는 2015년 이후에 일어난 사회적 참사, 노동투쟁 등과 관련된 대부분의 시위가 등장한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투쟁,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투쟁, 장애인차별철폐 투쟁, 노동자들의 고공 투쟁들, 차별금지법 제정 투쟁 등.
그가 이렇게 '데모'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이유는 나의 학생들 때문이었다. 철도 민영화 반대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부터 여러 사회적 사안들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도 대부분 학생들 때문이었다. 나는 학생들 앞에서 떳떳한 사람이고 싶고, 학생들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안전하고 평등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 (79)
대학 강사를 그만둔 이유와 한국 대학의 구조적 문제는 〈경향신문〉의 이 인터뷰에 잘 나와있다.
세상 사람은 세 분류로 나뉘는 것 같다.
세상은 바뀌지 않으니 자신의 내면을 바꾸려는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노력하는 이
앞의 둘을 적절히 조화시키며 살고자 하는 이
정보라 작가는 두 번째 또는 세 번째인 것 같다. 나는 어느 쪽일까?
그는 꽤 많은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내가 가장 관심있는 것은 '소설가로서의 정보라'이다. 인간으로서의 정보라에 대한 여러 정보들이 그의 작품을 읽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 알 수 있는 것은 다 알아보기로 했다.
관련 논문도 몇 개 찾아 읽고 있는데, 《저주토끼》를 읽고난 후의 석연치 않음을 한 논문2도 지적하고 있었다. 이 논문은 《저주토끼》가 "대중문학"(장르소설이라는 의미에서)임을 분명히 인정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합의하고 기대하는 문학성이라는 것에서 예외일 수 없고, 《저주토끼》는 그 문학성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논증하고 있다. 신랄한 비평이다.
동의하는 바가 많지만, 《저주토끼》의 단편들이 정보라 작가의 초기작들임을 감안하여 그 이후의 작품들을 더 기대하고 있다. 지금 《너의 유토피아》를 읽고 있는데 전작에 비해 달라진 필력이 느껴지긴 한다. 아마도 이 독서가 정보라 작가의 소설을 계속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
이은주, 〈문학상이 견인한 새로운 문학의 문학성 연구 — 정보라 《저주토끼》를 중심으로〉,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