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보내드리는 글은 〈노상기록〉 37호(2025.6.27)입니다.
이제 이미 너무 더운 7월이네요. 정상 체온 유지에 어려움이 없으시길 바라겠습니다. 😉
집중해서 읽기 힘든 책은 계속 다른 생각을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다. 《형식과 영향력》으로 처음 읽은 리디아 데이비스의 글은, 글쓰기에 관여하는 뇌의 잠겨 있던 부분을 해제하는 동시에 글은 이렇게 쓸 수도 있고, 써도 된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명성의 이유 #2: 카를 마르크스와 우리 아빠
카를 마르크스와 우리 아빠 둘 다 딸이 있다. 두 딸 모두 커서 번역가가 됐다. 둘 다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를 번역했다.
(전문, 32)
단체 공지: 불필요한 중복 표현의 사례
우리 단체가
금일
단체로
한데 뭉치기 위해
오늘 오후
모일 것을
알립니다.
(전문, 63)
이타카의 어느 호텔 방에서
청소 관리인 에이프릴이
빨간 펜으로 쓴 손 쪽지를
내게 남겼다.
쪽지는 커피메이커 옆에 놓여 있다.
그녀는 이렇게 썼다. "지혜는 경이로움에서 시작한다."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다.
그러나 웃는 얼굴을 그려 넣은 것은 에이프릴이다.
(전문, 67)
제목이 먼저 있었고, 그 제목을 해석하고 상상하고 확장해서 쓰지 않았을까, 넘겨 짚어본다. 하나의 방식만을 따르진 않았겠지만 말이다. 만약 여러 개의 글을 묶은 책이 아니라 한 편씩 따로 읽는다면 어떤 맥락에서 읽게 될지도 궁금하다.
《우리의 이방인들》, 리디아 데이비스(지음), 강경이(옮김), 봄날의책, 2025
Lydia Davis, Our Strangers (2024)1
오십 대의 글
오십 대 아저씨라면 적당히 진부하고 적당히 상투적인 글을 써야하지 않을까.
과하게 느낌을 앞세우거나 감각적으로 쓰면
청년들의 글을 흉내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렇다고 전해줄 수 있는 지혜 같은 건 없다.
오십 대 글이 쓸 가면은 무엇일까.
독서 #1: 엽전 굴리기
책을 읽는 것은 어느 원시시대를 배경으로 한 만화에 나온
엽전 모양의 커다란 돌을 밀어서 굴리는 것 같다.
쉬지 않고 계속 굴리지 않으면 다시 움직이는 것이 더 힘들어진다.
엽전이 뒤로 굴러 나를 깔아뭉개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도 있다.
독서 #2: 휴식
16페이지 정도를 읽고, 네 줄 정도의 글을 썼으니 이제 좀 쉬어도 될 것 같다.
등 뒤에서 돌이 굴러오는 소리가 들린다.
날씨 보정
날씨 앱에서 현재 우리 동네는 '맑음'이라고 한다.
이 정도의 흐림은 맑음으로 봐야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내 날씨 감각을 보정한다.
수건 세탁
세탁에 관한 평소 내 지론은, 수건은 다른 빨래들과 따로 삶아 빨아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세탁기에는 '알뜰삶음', 건조기에는 '타월' 전용 기능이 있어서 두 기능을 연결해 수건을 빨아서 말리면 제대로 해낸 기분이 든다. 아까 다른 빨래통에 들어있던 수건 몇 장을 빼먹은 것이 계속 생각난다. 이번에는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것 같다.
작가는 이 책을 아마존에서는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어판을 출간한 ‘봄날의책’은 우리동네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