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라는 장르는 내게 여전히 수수께끼다. '그 외’ 또는 ‘그 밖의 것’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한없이 많은 형식 뿐만 아니라 한없이 다양한 수준 — 그 "결정화"(結晶化)의 정도가 천차만별인 — 을 품고 있다.
《낭비와 베끼기: 자기만의 현재에 도달하는 글쓰기에 관하여》, 아일린 마일스(지음), 송섬별(옮김), 디플롯, 2025
Eileen Myles, For Now (2020)
존재조차도 몰랐던 아일린 마일스의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이상한 날씨》 때문이었던 것 같다. 궁금함에 몸을 맡기고 모험처럼 뛰어들었지만, 내 발목에는 에세이에 대한 의심, 뉴욕이라는 도시에 대한 경멸, 얇은 양장본 책에 대한 편견 등이 깡통처럼 줄줄이 매달려 있었다.
모험의 결과는? 글쎄. 최고라고는 할 수 없지만, 좋았다. 특별한 얘기가 아니지만 귀기울이게 만든다. 희미한 감정의 바닥까지 박박 긁어모아 불안불안 쌓아올린 글이 아니다. 그냥 쓴다. 그냥 쓰니까 그냥 계속 읽게 된다.
이런 에세이를 요약하는 것처럼 바보스러운 짓도 없을 거다. 카드로는 몇 부분을 옮겨놨지만 한 구절만 인용하고 싶다. 누군가 이 책을 요약하라는 멍청한 짓을 시키면 이 부분을 던져줄 것 같다.
그렇기에 내가 이 일을 하는 방식 전체에는 그 산물 안에 아주 많은 세계를 담고자 하는 야망이 실려있다. 그 세계가 좀 보잘것없이 어수선하고 불결하도록, 그래서 사람들이 건물 안에 들어가듯 진입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 건물은 공공건물이다. 작품을 끝내는 순간 여기 온 사람들의 것이니까. 내가 가장 먼저 그 속으로 사라지겠지만 그 뒤에는 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이게 '나의 글쓰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는 흔한 실천이다. 그것이 내 꿈이다. (p.131)
그리고 바보처럼 한 구절만 덧붙이겠다. "내가 왜 쓰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고결한 일일까. 그건 돈벌이 아닐까."(p.62)
짧은 책이어서 짧게 쓴다.
다음에 읽을 책은 박현수의 《경성 맛집 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