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바티스타 비코의 《새로운 학문》을 읽기 위한 사전 지식을 탐색하기 위해 《비코 자서전》을 먼저 읽었어. (요약이라기보단) 메모한 것은 역시 지식정원에 올려놨고.
《비코 자서전: 지성사의 숨은 거인》, 잠바티스타 비코(지음), 조한욱(옮김), 교유서가, 2020.
자서전이지만 비코는 3인칭으로 서술을 하는데, 자신을 ‘비코’ 또는 ‘그’라고 지칭하고 있어. 그래서 처음에는 ‘이거 자서전이 맞나?’하고 책소개를 확인하기도 했어. 이 책을 번역한 조한욱씨는 《새로운 학문》도 번역했기 때문에 원서의 각주를 포함하여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1장부터 5장까지는 비코라는 사람과 그의 학문이 어떤 삶과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에 대해 알 수 있고, ‘6장 《새로운 학문》 초판본 (1723~1724)’에 이르면 《새로운 학문》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설명하고 있어. 이 부분을 읽으니 어떤 목적과 원리를 가지고 책을 썼는지 조금 알 것 같아. 부담감이 좀 덜해졌다고 할 수 있겠네.
그렇다고 6장만 읽는다면 비코가 왜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어. 그가 모범으로 삼은 학자들, 학문을 대하는 태도와 방법 등을 아는 것도 《새로운 학문》을 읽는 데 도움이 될테니까.
많이 언급되는 비코의 ‘《우리 시대의 연구 방법에 관하여》(De nostri temporis studiorum ratione, 1709)’도 일부 확인할 수 있는데, 궁금해했던 ‘잉게니움(ingenium)’에 대한 내용이 있어서 반가웠네(560호 참고). 선생님께 여쭤본 결과 ‘구상력’은 지나치게 확장된 번역어이고, 수사학의 맥락에서는 ‘창의’가 적절하다고 하셨어.
키케로: ingenium(창의), inventio(발견), usus(사용), res(사물)
창의는 사물들 간의 관계, 유사성을 발견하는 것. 인간의 노동은 사물이 가진 사회적·정치적 맥락을 발견하고 사용하는 것. 이로써 그 자체로서의 사물은 ‘공공의 사물’(res publica)이 된다. 이러한 활동을 잘 하는 사람은 ‘위대하고도 지혜로운 사람’(magnus et sapiens vir)
— 강유원, 〈수사학이란 무엇인가〉 (2024.3, 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 강의)
《비코 자서전》에서 ‘잉게니움’이 나오는 내용과 그에 대한 주를 인용해 보면,
라틴어에서는 자연을 '창의력'이라고 부르는데… (p.105)
[주19 요약] 라틴어에서 '자연' 또는 '본성'(natura)과 '창의력'(ingenium)은 동의어.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De civitate Dei》 제11권 10장 2절 참고. 어원을 따져보면, 신의 창의력이 자연, 즉 물리적인 세계를 만들었다는 것. 그렇듯 인간의 창의력이 기계와 같은 인공물을 만들었다는 것. 여기에서 발전시켜 비코는 《새로운 학문》에서 자연은 신이 창조했고 민족의 세계는 인간이 만들었다는 주장을 펼친 것.
(이제 《신국론》을 찾아보면 되는 건가…)
그리고, 비코의 인간적인 측면도 알 수 있었는데, 그건 마음 속에 간직하기로 함.
잉게니움~~ 구상력... 창의... 이제 안 잊어버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