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에는 책도 많지만 물건들도 이것저것 많아서 어지러워. 정리는 해야겠는데 동기 부여가 잘 안 된다고 할까. 그래서 갑자기 필요해진 물건을 찾으려고 이 상자 저 상자 뒤지다보면 짜증이 슬슬 올라오지. 그럴 때마다 ‘어휴, 내가 이거 다 치우고 만다’라고 결심하지만, 자고 나면 다시 내 환경에 너그러워지고 말이야.
어제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평소와 달리 문득 이런 상상을 해봤어.
‘만약 내가 없어진다면(가령, 외계인 납치랄까), 남은 이들이 내 물건을 정리하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그 상황에서 정리하는 사람들이,
첫째, 너무 많은 물건들 때문에 치우는 데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둘째, ‘뭐 이런 걸 다 가지고 있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셋째, 남긴 물건들로 인해 나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물건 정리를 위해 이보다 더 좋은 동기 부여가 있을까.
그래서 이번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공들여서 정리를 해보려고 해. 상자나 서랍에 레이블링도 하고 말이야.
이참에 레이블링의 신기원을 열어보고도 싶은데, 그래서 드는 의문이 ‘레이블은 왜 반드시 간단명료해야 하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야 하니까.
나만 알아보면 되는데, 시적(詩的)이면 안되나? 예를 들어, ‘만년필 잉크 카트리지’ 대신 ‘검은 뇌수를 담은 시험관’으로 말이야.
그러다가 정리하는 시간보다 ‘시상(詩想)’을 떠올리는 시간이 더 걸리겠다는 생각도 드는군. 뭐 나중에 더 좋은 시상이 떠오르면 덧방을 해도 되고.
그렇게, 정리정돈을 위한 동기 부여 장치가 하나 더 생겼다.
나는 안그랬는데 나이가 들면서 어지러진 공간을 보면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리에 약간 집착하게 되었지. 정리라기 보다는 물건을 쓰고 반드시 제자리에 둔다는 건데 이걸로 가족들을 가끔 압박하는 것 같아 ㅠ.ㅜ
버리는게 정리의 끝판왕입니다. 매일 나갈때 한가지씩 버리기 뇌가 편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