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K리그 광주FC의 이정효 감독 영상 하나 봤다고 지금 유튜브 메인 페이지가 이정효 감독과 K리그 영상으로 도배가 되고 있네.
그런데, 물리적 세계에도 알고리즘이 있는 게 아닐까하는 공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
549호에서 리뷰한 《인생의 오후를 즐기는 최소한의 지혜》(이하 《최소한의 지혜》)는 근간의 내 관심사 몇 가지를 알고 있는 듯 했어.😧
우선 바흐.
책값도 만만치 않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를 몇 달 전에 홀린듯이 샀는데, 이 책을 왜 샀는지 기억이 잘 안나. 저자 때문이었나, 클래식 음악에 대한 커가는 관심 때문이었나, 1344페이지라는 분량이 오히려 더 궁금하게 만들었나. 읽게 되면 그때 비닐 커버를 벗기려고 포장 그대로 놔뒀었지. 그런데 《최소한의 지혜》 때문에 열어보게 됐어. “바흐를 연구함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삶도 향상시킬 수 있다.” (p.71)
두 번째는 키케로의 《의무론》.
키케로의 책은 수사학 공부 때문에 대부분 읽으려고 하는 편이야. 이 책은 (다른 번역본도 있긴 하지만) 정암고전총서로 올해 2월에 출간됐을 때 샀어. 언제 읽을지 계획은 못 세웠는데 우선순위가 올라갔네.
세 번째는 인도 철학.
《레토릭의 역사와 이론》에서 ‘비교 레토릭’ 부분을 읽으며 인도 철학, 사상에 대한 관심이 싹텄어. 불교의 원류로서의 사상들은 어떤 것일까, 그들의 ‘지혜’는 받아들일만 한 것인가, 한국인의 심성을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죽음, 후세, 윤회 등과는 무슨 관계일까, 거긴 종교와 신이 왜 그렇게 많을까 등의 궁금증이 있거든.
네 번째는 사도 바울.
지금, 선생님의 〈고급철학연습〉 강의에서 사도 바울의 〈갈라디아서〉를 배우고 있지. 《최소한의 지혜》에서는 〈고린도후서〉를 통해 사도 바울이 자신의 약점(“가시”)을 드러낸 것에 관해 설명해. 책을 읽는데 때마침 바울이 등장해서 좀 놀랐지. 이런 우연이?
다섯 번째는 베토벤.
낭만주의에 대한 공부와 더불어, 베토벤에 대해 집중적으로 서술한 테드 지오이아의 ‘Notes Toward a New Romanticism’ 덕분에 베토벤에 관심을 갖게 됐어. 낭만주의와는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낭만주의 시대를 연 음악의 아버지”, p.266), 청각 장애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시기에 더 훌륭한 작품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천재적 개인의 재능 덕분일까, 시대적 배경이 영향을 미쳤을까, 또 다른 원인이 있는 걸까 등의 궁금증이 있고.
스토아 철학은 워낙 전세계적 관심사라 제외.
이렇게 한 권의 책에 내 관심사, 현재와 연결된 주제들이 연달아 나오는 건 흔치 않았던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