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오후를 즐기는 최소한의 지혜》, 아서 C. 브룩스(지음), 강성실(옮김), 비즈니스북스, 2024
(이 책 내용을 옵시디언에 다 정리해놨는데, 플러그인을 하나 설치했다가 지웠더니 내용이 홀라당 날라갔네. 😮💨 누구 탓을 하리오.)
이 책을 읽고나니 자기계발서와 교양인문서는 종이 한 장 차이 같다는 생각이 들어. 평소에 〈아틀란틱〉을 통해 저자의 글을 접하지 않았다면 읽지 않았을 책일지도 모르겠네. 요약된 내용만 본다면 여느 자기계발서와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할 수도 있어.
이 책이 다루는 영역이 내가 요즘 관심 있는, 대략 오십 대를 전후로 한 인생 후반기의 시작이기 때문에 출간을 기다리다 나오자마자 사서 읽었어. 결론부터 얘기하면, 읽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것.
책의 구조는 이거야.
일단 이런 물음으로 시작하지.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도 결국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쇠퇴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사람의 지능에는 유동성 지능과 결정성 지능이 있는데,
유동성 지능(fluid intelligence): 논리적 판단과 유연한 사고를 하며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흔히 말하는 타고난 지능. 읽기와 수학적 능력과 관련이 깊다. 성인이 된 초반에 가장 높게 나오고 30~40대에 급격히 감소한다.
결정성 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 과거부터 현재까지 쌓아온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 40, 50, 60대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높아지고 꽤 늦은 나이까지 퇴화하지 않는 경향성을 보인다.
유동성 지능은 30대 중반 정도까지 상승 곡선을 그리고 난 뒤 40대와 50대에 하향 곡선을 그리기 때문에 쇠퇴하는 시기를 겪게 되고,
인생의 후반에 의미 있게 살려면 결정성 지능을 활용하는 영역으로 갈아타야 하지만, 유동성 지능에 의존해 성공적으로 살아온 자신을 변화시키지 못하면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리는데,
결정성 지능을 이용한 삶은 기존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어.
이 책의 핵심을 요약한 부분을 인용해보면,
우리의 인생에도 [물고기를 낚기 좋은 때인] 썰물의 시기가 존재한다. 바로 유동성 지능에서 결정성 지능으로 옮겨가는 시기다. 이 시기는 아주 생산적이며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때로, 하나의 곡선에서 다른 곡선으로 도약하는 시기이자 자신의 성공 중독을 마주해야 하는 시기다. 소유물을 향한 욕망과 집착을 버리고 인생에서 핵심적인 부분 이외의 것들은 깎아내야 하는 시점이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망가진 인간관계를 재건하고 영적 성장을 위해 은둔기에 들어가야 하는 때인 것이다. (pp.274-275)
동서양의 지혜를 넘나들며 근거와 사례들을 제시하는데, 인도의 구루를 찾아가 ‘아쉬라마(Ashrama)’에 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어.
이상적으로는 100세까지 사는 것을 전제로 하여 25년을 주기로 네 단계로 이루어진 삶을 사는 것이 인간의 바람직한 삶이라는 고대 인도의 가르침인 아쉬라마의 각 단계는 이렇게 이루어져 있어.
학생기(brahmacharya): 배움에 전념하는 어린 시절과 청년기
가주기(家主期, grihastha):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는 단계. 세속적인 보상(돈, 권력, 섹스, 명예)에 대한 집착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게 경계해야 한다.
은둔기(vanaprastha): 목적의식을 가지고 오래된 개인적·직업적 직무에서 물러나 영성과 깊은 지혜, 결정성 지능, 가르침을 주는 활동, 신앙에 점점 더 전념하는 단계. 바나프라스타는 ‘은퇴하다’와 ‘숲속으로’라는 의미의 산스크리트어 단어가 합쳐진 말. 인생 목표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미.
유행기(sannyasa): 영적 깨달음에만 집중하는 단계. 은둔기에 이루어지는 철학과 신앙에 대한 공부가 필수적.
100세를 가정하긴 했지만, 그것 말고는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진 않았어. 좋은 이정표가 될 것 같아.
저자가 책 전체 내용을 압축해 세 문장으로 정리한 것을 보자.
물질을 활용하라.
사람을 사랑하라.
신성을 숭배하라.
이 책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네.
마지막으로, 책에도 등장하는, 인용하고 싶은 문구. “단테는 인생을 70세로 보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1이라고는 하지만 말이야.
우리 인생길의 한 중간에서
나는 어두운 숲속에 있었으니
올바른 길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단테, 《신곡》 중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 (2021), p.11, 역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