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를 가려 음악을 듣지는 않아. ‘지금’ 가장 듣고 싶은 걸 골라 들을 뿐이야. 그런데 그 많은 장르 중에 80년대 헤비메탈과는 별로 인연이 없는데, 당시 중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우연히 메탈을 듣게되면, 왜들 그렇게 화가 나있는지 아니면 화가 난 척을 하는 건지 이해하기가 힘들었어. 뭘 자꾸 그렇게 다 죽이라고 하는지. 나이는 어렸지만 생각은 꽤 보수적인 시기였던 것 같아.
그래서 내 음악감상 연대기에 LA메탈을 포함해 80년대 메탈은 구멍이 뻥 뚫려있지. 그랬던 내 귀가 90년대에 접어들며 대학에 입학해 경직된 정신이 ‘붕괴’되고, 전영혁의 음악세계를 듣고, PC통신 록 음악 동호회에 가입하고, 뭐라도 때려부수고 싶은 분노가 불쑥불쑥 치밀어 오르면서 비로소 열렸던 것 같아.
그 이 빠진 구간을 되돌아 본다는 심정으로 최근 출간된 《88 Metal(쌍팔메탈)》을 보고 있는데, 그 책의 플레이리스트를 듣고 있자면 ‘아 이것도 메탈이었어? 내가 전혀 안 들은 건 아니었네’라는 생각도 들곤 하더군. 그게 뭐 중요하겠냐마는.
올초에 OBS경인방송에서 만든 다큐멘터리 〈헤비메탈을 외치다〉를 봤어. 당시의 한국 메탈 씬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는데, 참 재밌더라. 인천이 한국 메탈의 성지 같은 곳인지 처음 알았네. OBS가 왜 이런 다큐를 만들었는지도 이해가 됐고.
당시에는 소수만이 즐기던 서브컬처였지만 주변의 누군가 이런 게 있다고 얘기해줬다면 내가 기꺼이 들었을까? 듣고 좋았다면 인천 공연장까지 찾아갔을까? 좋아하다 어디까지 갔을까? 뭐 그런 상상도 해봤어. 지금 같으면 인터넷으로 쉽게 알 수 있었을 테고, 어쩌면 그리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인터넷 덕이기도하고 탓이기도 하고.
이번 주말에 ‘에프에프’에서 메탈 밴드 다섯 개가 공연을 하는데 가볼까 말까 생각중이야. 미친듯이 달리는 사운드를 ‘쌩’으로 들어본 지가 참 오래 됐네.
두 살 많은 형이 재수를 했는데, 여섯 식구가 단칸방에 살던 때였고 학원은 생각도 못해서, 형은 방 한쪽에 있는 책상에서 우리들과 섞인 채로 재수를 했어!
다른 가족이 시끄럽게 하니까, 언제부턴가 형은 이어폰을 끼고 해비메탈을 들으면서 공부를 했는데... 아쉬발~~ 소리가 너무 커서 이어폰 밖으로 우리한테까지 들리는거야! 그것 때문에 많이 싸웠지! 형은 키가 커서 주로 내가 당했는데...
그렇게 이어폰 너머로 듣던 음악이 점점 내 귀에 내려앉기 시작했어! 헤비메탈에 완전 뿅 간 건 아니지만, 괜찮게 느껴지는 곡들이 늘어났지!
헤비메탈로만 한정하면, 80년대 말은 정말 대단한 시절이었지! 일렉트릭 기타가 꿈처럼 느껴지던 시절이었어!(오토바이까지 하나 장착하면 영웅이었지) 그렇게도 많은 청춘들을 하나의 세계에 모이게 만들었던... 정말 대단한 시절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