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2호에서 《도파민네이션》을 읽어보고 싶다고 했었지. 다 읽긴 했는데 기대와는 다르네. 일단 내용을 떠나서 구성은 미국 자기계발서의 전형을 따르고 있어. 다시 말해,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의사로서의 전문성을 드러내보이기 위해 취사선택한 관련 이론을 적절히 섞어 놓았지. 게다가 본인도 중독을 겪었었다고 하니 좋은 마케팅 포인트가 된 것 같아(알고보니 ‘로맨스 소설’ 중독).
《도파민네이션: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지음), 김두완(옮김), 흐름출판, 2022.
나는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 등 기술 중독과 관련된 내용을 주로 기대했었지만 그에 관해 깊이 있는 내용은 거의 없어. 중독 사례는 주로 술, 마약, 환각제, 음식, 성적 행위 등 ‘전통적인’ 중독에 대한 것이고, 이론적으로는 도파민과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뇌과학에 기반해 설명하고 있지. 건질 내용이 많진 않았어. 그 내용들은 지식정원에 따로 정리해놨고.
이 책의 효용은 어디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도파민이 중독에 관여하는 방식을 알게 되는 정도 아닐까. 만약 책에 나오는 사례들과 같이 심각한 중독을 겪고 있다면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이 맞겠지. 이 책을 읽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봐.
또, ‘Field Report #7: How I Process “Atomic Habits” by James Clear’에서,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저자가 열렬히 지지하는 “습관의 쾌락주의 모델이 … 인간을 도파민에 의해 작동하는 단순한 기계로 부당하게 축소한다”는 비판을 이 책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아.
애초 이 책을 읽으려는 목적은 중독, 특히 디지털 중독에 대처하는 실효성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 위함이었지만 그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어. 저자의 결론과는 별개로 내가 내린 결론: 중독은 주로 개인이 고립되었을 때 발생하므로, 극복을 위해 지원받을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사회적 공동체가 필요하다.
친밀감 폭발은 우리 뇌의 내인성 도파민 분비를 자극한다. 하지만 값싼 쾌락으로 급증하는 도파민과 달리 진실한 친밀감을 통해 급증하는 도파민은 적응성이 뛰어나고, 활기를 되찾아 주며, 건강을 증진한다. (p.271)
저도 같은 이유로 책이 맘에 들지 않았어요. 중독 예시도 말씀하신대로 전통적이고 자극적인 예시만 들었던 것 같고. 전혀 예상하던 느낌이랑 달라서 좀 당황했어요.
저 같은 경우는 가끔 제어되지 않는 음주를 벗어나고 싶었는데, 이 책을 읽고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금주와 운동이라는 처방을 얻게 되어 좋았던 책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ㅎㅎ. 말씀하신 부분을 포함한 다양한 측면도 계속 공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