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테드 지오이아의 뉴스레터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고 있어서 언급을 많이 했었지. 얼마 전 뉴스레터도 내 관심사와 맞닿아 있는 주제라 번역해서 읽었어.
이른바 ‘도파민 문화’에 대한 글인 ‘2024년의 문화 상황(The State of the Culture, 2024)’의 내용은 두 개의 그림이 잘 요약하고 있어.
이것과,
이것.
이제 모든 문화가 도파민 분비를 유발해 사람들을 중독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거야. 과거에는 ‘중독’이 ‘중독된 사랑’처럼 그저 은유일 뿐이라고 생각했으나, 이제는 뇌과학, 생물학, 인지과학 등으로 밝혀진 인체의 작동구조를 악용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지. 마약 중독, 도박 중독처럼 말이야. 그래서 이런 인터뷰 기사를 보면 불쾌할 수밖에 없어.
매운맛은 생물학 반응에 가깝다. 먹고 나면 땀이 나면서 개운하고 스트레스가 풀린다. 마치 운동을 하면 개운해지는 것과도 비슷하다. 일종의 기쁨을 주는 맛이고, 한번 먹으면 헤어날 수 없는 중독에 가깝다.
— 삼양라면 年매출 1조 이끈 창업자 맏며느리 “불닭은 중독, 안 망한다”
《도파민네이션》이 한국에서도 꽤 많이 읽힌 것 같지? 인용하는 글도 많이 봤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해서 읽지 않았는데,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문제 해결책이 뭔지 궁금해서 읽어보려고 해. 목차를 보니 책의 절반 이상을 중독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채우고 있는데, 실효성 있는 것들이길 기대해 보겠어.
그리고, 이 글은 테드 지오이아의 또 다른 글 ‘리추얼에 대한 13가지 관찰(13 Observations on Ritual)’로 이어져고, 계속 읽게 됐지.
글쓴이는 “스크롤과 스와이프, 무의미한 디지털 산만함을 최소화하는, 건강하고 통합적인 삶을 만드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방법” 중 하나로 리추얼을 제시하고 있어. ‘리추얼’이라는 단어가 대중화된 지 좀 된 것 같은데, 사전에서 첫 번째 뜻은 ‘의식’, ‘의례’이지만 통용되는 의미는 “(항상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과 같은 [의례적인] 일”이라는 두 번째 뜻이지.
이 글에서는 재독 철학자인 한병철씨의 《리추얼의 종말》을 언급하고, 2022년에 한병철씨의 책들에 관해 쓴 “멀티태스킹은 진보가 아니라 야생 동물이 생존을 위해 하는 일입니다(Multitasking Isn't Progress—It's What Wild Animals Do for Survival)"로 연결이 돼.
한병철씨의 책은 주로 주제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많이 사게 되었는데,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그의 진단은 독창적이고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지만 거기서 대안이나 전망을 얻은 적은 없는 것 같아. 아마도 자신의 역할은 거기까지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
지오이아도 비슷한 얘기를 하면서, 그 대안으로 제시한 사상가들은 찰스 테일러, 르네 지라르, 그레고리 베이트슨이야. 르네 지라르 외에는 이름이 모두 생소하고, 찰스 테일러의 책 한 권이 인터넷서점 보관함에 들어가 있는데 아마도 선생님께서 추천하셨던 책이 아닐까 짐작만 할 뿐.😓
이렇게 연결되어 읽은 글들로 내가 얻게 된 것은 중독 권하는 사회에 반대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 방법을 찾고 싶다라는 생각이야. 간절히 찾고 싶다.
그리고 산 책은 《도파민네이션》, 《리추얼의 종말》, 《아름다움의 구원》.🥹
도파민 네이션을 오디오북으로 듣는 중인데 사실 초반에 너무 불편하더라고요. 그냥.... 정말 미친 세상인가? ㅎㅎ 싶은 예시들이 너무 많아서. 띄엄띄엄 듣고 있어요.
‘The State of the Culture, 2024’ 챠트를 보면 저도 도파민 컬쳐레벨에 도달한 분야가 많네요. 거부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ㅠㅠ
그리고 전 불닭라면... 한 번도 안 먹어봤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