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계획을 잘 못 세워. 정확히 말하면, 계획은 세우는데 그 계획대로 하질 못해. 할일관리 앱에 올려놓은 할일은 피하고 다른 할일을 찾곤 하지. 이것도 (요즘 말 많은) ‘미루기’의 한 형태겠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 (지긋지긋한) ‘완벽주의’로부터 기인한 것 같고 그게 관성화된 것 같아. 그러나 그걸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잖아. 이리저리 자리를 바꿔 봐야지.
기존 관점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된 건 ‘계획 세우기가 아니라 구조 만들기’라는 내용이었어. 《제텔카스텐》에 있는 이야기인데,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고. 보통 계획을 순차적인 시간순으로 또는 결말을 정해놓고 세우는데, 그 일을 수행하는 구조는 빠져있지. 일 잘하는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일 하는 구조와 흐름을 만들고 그에 따라 하는 경우가 많지?
나도 책을 읽고, 요약해서 종이 카드나 옵시디언에 정리하고, 그걸 뉴스레터로 쓰거나 지식정원에 올리는 기본적인 작업 흐름 구조를 따를 때는 자연스럽게 일이 진행되며 몰입감을 느껴. 이 몰입감이 깨지고 할일 목록을 외면하게 되는 경우는 어떤 것들인가 돌이켜 보면, 욕심을 부려서 여러 책을 동시에 정리하려고 하거나, 책이 너무 어렵거나, 더 먼저 읽어야 할 책이 생기거나, 급히 처리해야 하는 다른 일이 생기거나 하는 등이야. 한 마디로 욕심과 변수 때문이지.
이상적으로는 이 욕심과 변수를 구조 안으로 흡수하는 것이 맞겠지만, 우선 기본적인 구조부터 정비하기로 했어. 첫 번째로, 한동안 무심했던 지식정원(#481)을 다듬고 있어. 이 사이트는 옵시디언에 만든 자료 구조와 동기화되기 때문에 옵시디언의 자료 구조도 함께 다듬고 있지.
원칙이 있다면,
자료(페이지)가 위치한 디렉토리 깊이는 최대한 얕게해서 보기 쉽게 만들기
인덱스와 카드들은 별도 디렉토리로 분류하기
카드는 ‘자료 카드’와 ‘메인 카드’ 디렉토리로 구분하기
책 제목별 디렉토리는 만들지 않기(원칙 1에 부합)
중요 주제만 1차 디렉토리로 만들기
그렇게 만들어진 구조가 이거야.
디렉토리 이름 앞에 번호를 붙여서 원하는 순서대로 정렬하는 방법도 있지만 일단 써보고 그건 나중에 고려하기로 했어.
지금까지 만든 카드들은 ‘메인 카드’와 ‘참조 카드’ 안에 모두 들어가 있고, 특정 카드가 어떤 책에서 나왔는지는 책/자료 별 인덱스를 보면 알 수 있어.
다행히 이런 정리 작업을 즐기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어. 이 원칙과 구조는 앞으로도 계속 바뀌겠지만 그것 역시 재미있을 거야. 그리고 공부하는 재미 역시 더해 주겠지.
저도 옵시디언으로 자료를 정리해 보려고 시도는 하고 있는데...쉽지 않네요.
그렇구나~~ 몇십페이지 보고서를 만들 때에도, 수백페이지 교재를 만들 때에도... 큰 틀이나 목차를 쭉 뽑아놓으면 일이 시작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