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의회에서 한 하원의원이 마오리 언어 탄압에 반대하는 연설을 하며 ‘하카’를 보여줘서 화제라는 뉴스를 봤어. 이 연설에서 "마오리 언어는 뉴질랜드의 정체성 그 자체이며 마오리 언어를 탄압하는 것은 뉴질랜드의 역사와 문화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했다고 해.
하카(Haka)는 “마오리인의 출전 의식의 춤이며 도전의 춤”이고, “가사는 흔히 조상과 부족의 역사에 대한 시적인 묘사”로 이루어지며, “전통적으로 다른 사람 또는 그룹과 만날 때 행하는 관행이었다”고 해.1
나는 이 뉴스를 ‘연설’이라는 측면에 집중해서 봤어. 우선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에서 한 분류에 따르면 이 연설은 정책 연설(심의용 연설, genus deliberativum)로 “어떤 일을 하라고 권유하거나 하지 말라고 만류”하는 것인데, “심의하는 연설가는 미래사를 심의하므로 그에게는 미래가 가장 중요”2한 시간이야.
특히 이 연설에서 하카를 설득의 수단으로 ‘발견’했다는 점에 감탄했어. “수사학이 할 일은 설득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모든 경우에 설득 수단을 찾아내는 것”3이니까 말이야.
그리고, 키케로는 연설가의 고유한 힘으로 다섯 가지4를 제시했지.
발견(inventio)
배치(dispositio)
표현(elocutio)
연기(actio)
기억(memoria)
그렇다면 무엇을 발견해야 하는 것인가하면,
연설가는 설득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신뢰를 줄 수 있는지의 방법과 그들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의 방법을 발견해야 한다.5
하나 의원의 연설은 — 연설을 마친 후의 반응이나 세계 각국의 매체에서 다뤄진 것으로 미루어 보아 —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한 것 같아.
키케로는 “[청중의] 호감을 얻을 수 있는 단초”가 이것들이라고 말해.
우리의 업적과 지위, 혹은 덕의 어떤 종류, 특히 넓은 도량, 의무, 정의, 신의는 호감을 얻는 데 유용하다.6
그리고, “연설에서 어떤 종류의 강조를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즐거움이 목적인 연설에서는 긴장과 놀라움과 즐거움을 만들어낼 수 있는 토포스가 이용되어야 한다. 권고의 경우에는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의 나열과 사례 제시가 아주 큰 힘을 발휘한다.7
하나 의원이 연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하카 없이도 할 수 있었겠지만, 설득 수단의 하나로 하카를 발견했고, 그것을 배치하고 표현하고 연기함으로써 마오리의 문화와 현실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게 된 거지. 잘 만들어진 연설의 강력한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였어.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 시학》 (2017), 1358b (p.41)
위의 책, 1355b (p.29)
위의 책, 제5장(p.74) (강조는 내가 함)
위의 책, 제28장(p.136)
위의 책, 제58장(p.206)
멋지네요!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가 상당히 어렵지만, 인간은 쉽게 설득당하곤 하죠! 어렵고도 쉬운 것! 쉽게 설득하는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지배하거나 이끌어갈텐데...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한 인간의 총체적 역량과도 같은 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