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서 1월 2일 〈책담화〉에서 여러 책을 소개하셨는데 그 중 읽고 싶은, 아니 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들지만 시간과 공간이라는 물리적 현실 그리고 나의 흥미와 의지를 고려해야하므로 읽고 싶다는 ‘강렬한’ 정동(情動)이 일어난 책만 샀어.
김학이, 《감정의 역사》 (2023)
프루 쇼, 《단테 『신곡』 읽기》 (2024)
피에르 아도, 《명상록 수업》 (2023)
클라우스 도즈, 《지정학》 (2023)
지금 《단테 『신곡』 읽기》를 읽고 있는데, 이 책의 부제가 “7가지 주제로 읽는 신곡의 세계”야. 그 7가지는 우정, 권력, 인생, 사랑, 시간, 수, 말로, 《신곡》의 진행 순서대로 해설하는 방식이 아니라서 더 흥미롭게 읽고 있어. 해당하는 주제로 작품 내적인 것은 물론이고 단테의 당시 상황까지 연결해서 설명해주는 저자의 지식과 글쓰기 실력에 감탄하며 읽고 있지.
그리고 이전에 언급된 책들 중에 수사학과 연관된 책들을 샀고,
잠바티스타 비코, 《비코 자서전》 (2020)
Vittorio Bufacchi, 《Why Cicero Matters》 (2023)
고전 수사학은 소피스트를 빼놓고는 논할 수 없겠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 같은 책도 있지만, 작년에 강철웅 교수의 편역으로 《소피스트 단편 선집》 두 권이 출간됐는데 모르고 있었네. 어떻게든 자료로 필요하게 될 것 같아.
또, 20세기 수사학에서 카임 페렐만의 ‘신新수사학’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페렐만과 올브레히츠-티테카의 공저인 《The New Rhetoric》은 아직 한국어로 번역이 안 됐어. 그래서 신수사학은 미에치슬라브 마넬리의 《페렐만의 신수사학》(#350)을 통해 읽을 수밖에 없었지. 카임 페렐만이 쓴 《수사 제국》은 아직 못 읽었어. 《The New Rhetoric》은 언제 번역될지 기약이 없을 것 같아서 우선 영어판으로 샀는데, 책을 받아보니 작고 빽빽한 글자로 가득찬 5백 페이지 가량의 분량도 그렇고 왜 아직 번역이 안 됐는지 알 것 같더라. 결론 부분이 여섯 페이지인데 이것만 번역해서 볼까하는 얍삽한 생각도 들고 그래.
그 밖에 산 책은 《우리 시대 만화가 열전》인데, 내 어릴적 추억과 문해력의 많은 부분은 만화책 덕이 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만화가는 《꺼벙이》, 《신판 보물섬》 등의 길창덕 작가님이지. 동시대 다른 작가들의 작품은 복간도 많이 되는데, 길창덕 작가님의 작품들은 모두 절판 상태라는 게 참 아쉽네. 이 책은 현재 활동중인 만화가들까지도 다루지만 나는 7, 80년대의 만화가들을 주로 확인하고 싶었어.
마지막으로 《시티팝 라이트멜로우 명반 가이드북》은 가볍고 즐겁게, 특히 운전하며 들으면 기분 좋아지는 시티팝을 더 많이 알고, 듣고 싶어서 샀어. 일본에서 출간된 책인데 이 장르에 꽤 많은 영향력을 미쳤다고 해. 많은 이들이 얘기하듯 ‘시티팝’이라는 것이 규정하기 모호한 장르인데 이 책에서 ‘라이트 멜로우’라는 말도 규정하면서 공감을 얻었다고 해. 시티팝의 워낙 초기부터 다루기 때문에 들을 수 없는 곡이 많다는 단점이 있어.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유튜브뮤직을 다 뒤져도 없는 곡이 많더라고. 우리나라의 70년대 음악들도 대단하지만, 일본의 70년대 음악들도 수준이 높다는 걸 느껴. ‘아니, 이런 걸 70년대에 만들었다고?’라며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얼마 전 차 안에서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Old and Wise’를 들으며, ‘참 아름답구나. 마음까지 정화되는 것 같아’라는 생각을 했어. 이런 아름다운 음악을 인류에게 남기고 가는 예술가들은 정말 훌륭하다, 비단 예술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을 경건하게 고양시키는 것들을 세상에 남기고 가는 사람들은 모두 참으로 훌륭하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어.
애플 뮤직 클래시컬(Apple Music Classical)이 이번 달 24일부터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하지? 사실 클래식은 즐겨 듣는 편이 아니어서 별 관심이 없었는데, 보도자료를 보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더라. 클래식 음악판 ‘바벨의 도서관‘을 보는 것 같았어. 이런 얘기 있잖아. 음악 취향이, 젊었을 때는 록을 듣다가, 나이를 먹어가며 재즈로 바뀌고, 결국은 클래식으로 간다는. 그렇지 않아도 요즘 클래식에 조금씩 관심이 가는 것이, 저 속설처럼 너무 뻔하게 가는 것 같아 살짝 신경질이 나기도 하는데, 이번에 애플 뮤직 클래시컬이 시작되면 차근차근 들어보려고 해. 클래식 입문자들을 위한 컨텐츠도 구성해놨다고 하니 잘됐네, 잘됐어.
외계인님께선 참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으시네요^^ 놀라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