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을 읽을 때 성가신 점 하나는 읽기 좋게 쫙! 안 펼쳐지는 경우야. 한 손으로 누르고 읽어야 하고, 책에 메모라도 하려면 평평하게 펼쳐야 하고, 이제 길이 들어서 잘 펼쳐지나 싶어 손을 뗐는데 자동문처럼 책이 닫히면 부아가 나지.😡
책에 문진을 올려놓는다든가 전용 집게로 고정한다든가 북스탠드의 고정 장치를 이용한다든가하는 방법이 있긴 해. 그런데 문진은 미끄러져 떨어지거나 책 내용을 가리기도 하고, 집게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시 집어줘야 하니까 성가셔.
그래서 난 그런 책은 힘으로 굴복시켜. 펼친 후에 온 힘을 다해 눌러버리지. 그럼 대부분의 책은 항복 해. 가끔 최후의 저항을 하는 책은 180도로 접어(꺾어, 분질러, 부러뜨려)버리면 고분고분해져. 그런데 그랬을 때 문제는, 근성 없는 책들은 제본이 터져버린다는 거야. 약해 빠졌어.
이건 책의 제본 방식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데, 가장 흔히 사용하는 ‘무선 제본’은 종이들을 붙일 때 EVA (Ethylene Vinyl Acetate) 접착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연성이 별로 없어서 페이지도 잘 안 펼쳐지고 힘을 세게 가하면 제본이 터지는 일이 비일비재하지.
‘양장 제본’ 방식은 이런 일이 없는데 양장본은 별로 안 좋아해. 그만한 보존 가치가 있는 책이라면 모르겠지만, 책값을 올리려는 장삿속으로 양장 제본을 사용한 책들이 많아 보여서 말이야. 페이퍼백은 손에 쥐었을 때 책의 하늘하늘함이 느껴져 좋은데, 하드커버 양장본은 딱딱해서 고집스럽게, 거리감이 느껴진달까. 그리고 모서리에 찔리면 아퍼.😢
제일 좋아하는 제본 방식은 ‘PUR (Poly Urethane Reactive) 제본’이야. 폴리우레탄 접착제를 사용해서 유연하고 잘 펼쳐지고 제본이 터지는 경우도 없어. 단점은 무선 제본 방식보다 비싸고 제작 기간도 오래 걸린다는 거야. 이 방식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책은 선생님의 책들이 출간되는 라티오출판사에서 만든 책들로, 이 PUR 제본 방식으로 만들어져(편집장님한테 들었지). ‘고전 강의’ 시리즈 책들이 모두 두꺼워도 읽기 좋게 잘 펼쳐지는 이유가 거기 있어.
제본 방식으로도 그 출판사가 책과 출판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 수 있는데,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 하고 그건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 아무튼 그래도 제본이 터진 책은 해결해야 하잖아? 안 그러면 페이지가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간다고! 그래서 내가 사용하는 방법은 책 보수용 테이프를 이용하는 거야.
도서관에서 일하는 분들은 다양한 책 보수 도구들을 알고 계실 거야. 나도 도서관 책에 붙어있던 표지 보강용 테이프를 본 기억을 떠올려서 이 책 보수용 테이프를 찾아냈어. 역시나 전문 쇼핑몰이 있더라고.
일반 투명테이프는 두껍기도 하고 붙인 후에 시간이 좀 지나면 누렇게 변하지. 그런데 이 ‘필모플라스트(Filmoplast) P’ 책 보수용 테이프는 매우 얇아서 붙인 후에 페이지를 넘길 때 이질감이 없고 중성이라서 황변 현상도 없어. 글자 위에 붙여도 읽는 데 문제 없을 정도로 투명하고 말이야.
이 테이프는 쓸 일이 없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래도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아주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어. 책이 저렇게 되면 페이지들이 우수수 떨어져서 엉망이 될까 불안하기도 하고 책을 펼칠 때마다 밖으로 삐져나와서 거슬리거든. 한두 번 보고 버릴 책이면 모르겠으나 그럴 책이 아니라면 신경이 쓰이지. 특히 이번 같이 《레토릭의 역사와 이론》 같은 책이라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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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본이 터진 책이 몇권 있었는데, 말씀하신 책 수리용 테이프 바로 주문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 일기장 제본이 엉망이라 스트레스 받고 있어요. ... (이메일 주소 삭제) 감사합니다. 계속 받아도 되나 싶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