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다가오고 있고, 예년과 같이 다이어리를 장만했어. 그리고 내년에(부터)는 예년과 달리 두 개의 다이어리를 쓰게 됐네: 위클리 다이어리와 10년 다이어리.
이제 종이 다이어리를 쓰지말까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역시 아날로그 도구로 뭔가를 계획할 때 의욕이 더 생기더라. 디지털 도구로는 매번 다른 일을 해도 손에 닿는 건 항상 똑같은 키보드나 스크린이어서 그런 걸까?
이 사진처럼 구성된 위클리(weekly) 다이어리를 좋아해. 데일리(daily)는 너무 두껍고 쓸 공간이 넓어서 부담스럽고, 먼슬리(monthly)는 쓸 공간이 부족해서 말이야. 이런 주별 구성은, 왼쪽에는 해당하는 날에 대한 메모, 오른쪽에는 자유로운 메모를 할 수 있어서 내가 쓰는 방식과 잘 맞더라고. 두께가 얇아서 휴대하기도 좋고.
아내와 한가롭게 산책을 하다가 낮고 깔끔한 건물 1층에서 다이어리만 전시해 놓은 게 눈에 띄었어. 무슨 다이어리길래 한 층을 다 써서 팔고 있을까? 궁금하잖아. 들어갔지. 살펴보니 몇 가지 다이어리와 노트를 팔고 있었는데, 점원(나중에 알고보니 사장) 얘기를 들어보니 주력 제품은 ‘10년’ 다이어리였어.
사진처럼 구성되어 있어. 10년 동안의 같은 날짜가 한 페이지에 모여 있는 식이지. 쓸 수 있는 공간이 넓지 않아서 중요한 내용만 적을 수 있겠지만, 위클리 다이어리와 함께 쓸 계획이어서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아. 쓰기 시작하는 첫해는 이 다이어리의 장점을 알 수 없겠지만 쓰는 해가 늘어갈수록 과거의 매일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 그 점이 꾸준히 쓰게 만드는 동기가 될 것 같고.
아이디어 상품이기도 하고 장정과 제본에 힘을 많이 줘서 가격이 비싼 편이었는데 아내가 사줬어. ‘10년 후를 기대해보겠다’며 말이지.🥹 ‘가만 보자… 10년 후면 내가 몇 살이지…’를 가늠해보다가 그런 궁금증이 들었어. 나보다 어른인 분들은 중년에서 노년으로 간주되는 연령대들을 지나며 받는 충격이랄까 감정들을 어떻게 해소했을까하는.
내년 1월 1일부터 이걸 쓰기 시작하면 앞으로의 10년을 바라보며 매일 느끼는 감정이 있을 것 같아. 그렇게 10년 후에 바라는 내 모습이 있다면 지혜를 나눌 수 있는 어른이 되어 있으면 좋겠어. 그때 세상은 어떻게 변해있을지 모르겠지만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필요한 지혜는 있을 테니까. 그러려면 역시 공부를 열심히 하는 수밖에는 없겠다는 생각이 드네.
이렇게 ‘10년 다이어리’라는 물건이 주는 예상치 못한 영향들이 있군.
올해.. 조금 밀리더라도 일기를 매일 썻어요.
다시 읽지는 않겠지만 그날의 무언가를 표출하는 용도로 쓴 것 같네요. 1년을 쓸 수 있는 힘을 길렀으니 이번 기회에 10년에 도전을.. ㅎㅎ
"앞으로의 10년"이면 50대 전부겠네요. 다음 주 금요일(12월 22일) '이번 주 잡담'에서 '지난 10여 년'을 두서없이 이야기해봐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