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케로의 《노(老)카토 노년론》을 읽었다. 이 책은 키케로가 “그의 친구 아티쿠스에게 헌정”한 “철학적 수필”로, “노년을 본격적으로 다룬 철학적 논의의 시작”이라고 한다.
까탈스럽지도 몰인정하지도 않은 절도 있는 노인들은 노년을 잘 견뎌내지만, 고약함과 몰인정은 평생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들지. (p.28)
노년에 엄정함을 가져야겠지만, 다른 것들처럼 절제된 엄정함이어야지 가혹함은 결코 옳지 않네. 그런데 솔직히 노년의 인색함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모르겠네. (p.89)
틈날 때마다 읽고 있는 탄허 스님1의 《탄허 스님의 선학 강설》에도 비슷한 내용이 등장한다. 《논어》 태백(泰伯)편 11장과 그 주해를 설명하시며,
"그 사람의 의중이 교만하고 또 인색하면"
"그 나머지는 지극히 보잘 게 없다." 재주가 아무리 훌륭해도 보잘것없는 나머지와 같다. 심경(心境)을 때리는 말이지.
그런데 이 교인(驕吝), 교(驕)와 인(吝)이 하나라는 거야. 왜?
"인색한 것은 교만의 근본이고," 속이 썩는 게지.
"교(驕)라는 것은 인(吝)의 지엽(枝葉)이다." 밖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니
"천하 사람에게 시험을 해보니" 보니까,
"교만하고 인색하지 않은 사람이 없고, 인색하고 교만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인(吝)과 교(驕)는 따라붙는다. 주(註)에 이렇게 잘 나왔다.
그러니까 지금 배우는...
"인(仁)을 닦고 인을 얻는 것은 겸양이 근본이지." 이거 유불선(儒佛仙) 삼교(三敎)에서 성인 말씀이 똑같다. 부처님 말씀은 또 말할 것도 없고, 노자(老子)의 말씀도 그렇고, 전부 다 그래.
(pp.21-22)
“오히려 노년은 남들에게 불편한 존재가 아니라 즐거운 존재”2라고 하는데, 그런 분들이 있다. 말씀을 듣고만 있어도 어릴 때 옛날 이야기 듣는 것처럼 어느새 빠져들게 만드는 분들.
“몸을 돌볼뿐만 아니라, 정신과 영혼”을 “훨씬 더 신경” 쓴 분들이 아닐까? “몸은 단련으로 지치고 무거워지겠지만, 정신은 스스로를 단련할 때 오히려 가벼워”3진다는데 말이다.
유튜브에서 이근후 박사의 영상을 발견했는데, 이 분의 말씀을 들으니 노년의 지혜, “청년의 것을 가진 노년”4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그래. “각자에게 살도록 주어진 시간에 각자는 만족해야” 한다. “배우는 갈채를 받기 위해 연극 내내 등장할 수 없고 다만 등장한 장면에서 인정받을 뿐”5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영혼이 불멸한다 믿는 것이 오류라면, 나는 기꺼이 오류를 선택하겠고,
살아생전 나를 기쁘게 하는 이 오류를 고치고 싶지 않네.
(《노(老)카토 노년론》, p.105)
“스님의 속명은 김금택(金金宅)이고, 탄허(呑虛)는 법호이며 법명은 택성(宅成)이다. 1913년 음력 1월 15일 독립운동가 율재(栗齋) 김홍규(金洪奎)를 부친으로 전북 김제에서 출생했다. 14세에 유학의 경전을 두루 섭렵한 데 이어 15세에 기호학파 최익현 계통의 대유(大儒) 이극종(李克鍾) 문하에서 노장사상과 제자백가를 배웠다.
도가의 경전을 읽으며 생긴 도(道)에 대한 의문에 답을 얻고자 한암 스님과 3년간 20여 통의 서신으로 문답을 주고받았다. 1934년 22세 때 상원사에서 한암 스님을 은사로 출가, 한암 스님의 인품에 매료돼 “3년, 길어야 10년”을 기약하며 오대산에 들던 길은 영영 탈속의 길이 됐다. 한암 스님 지도를 받으며 3년간 묵언 정진, 15년 동안 오대산 동구 밖을 나오지 않고 수행, 『화엄경』을 읽다가 대오각성했다.
생전 『신화엄경합론』의 현토 간행을 유촉(遺囑)했던 한암 스님의 뜻을 받들어 역경을 시작했다. 10여 년에 걸친 대불사 끝에 200자 원고지 6만여 장에 달하는 『현토역해 신화엄경합론(新華嚴經合論)』 47권의 결실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신화엄경합론』을 비롯해 전통 강원 사미과(沙彌科)의 『초발심자경문』과 『서장』, 『도서』, 『선요』, 『절요』의 사집(四集), 『금강경』, 『능엄경』, 『원각경』, 『기신론』의 사교(四敎)와 『육조단경』 등을 우리말로 완역하는 등 승가 교육과 인재 양성을 위한 교재들이 탄허 스님의 손을 거쳐 번역되고 출간됐다.
동아일보 주최 제3회 인촌문화상, 국가로부터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1983년 6월 5일(음력 4월 24일) 월정사 방산굴에서 세수 71세, 법랍 49세로 입적했다.”
(책 저자 소개 인용)
《노(老)카토 노년론》, p.47
위의 책, pp.57-58
위의 책, p.59
위의 책, p.91
오늘 말씀 너무 좋으네~~~ 나이 드시면서 고집이 세지고 사나워지는 노인들이 있는가 하면, 이해와 여유로 가득해지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 노인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떤 것이 더 좋은지 금방 알 수 있지! 물론 그런 품성보다는 재산의 많고 적음을 중심으로 사람을 평가하려는 세태가 너무 강해서 오해, 편견, 착시현상이 일어나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