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 데이비드 색스(지음), 문희경(옮김), 어크로스, 2023.
이 책의 문제의식은 이것이다.
미래를 정의할 때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이론적으로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우리가 인간으로서 실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로 정의한다면 어떨까? (p.23)
그러나 결론적으로, 저자는 이 물음에 대해 만족스러운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 삶의 각 영역(저자는 회사, 학교, 쇼핑, 도시 생활, 문화 생활, 대화, 휴식으로 분류했다.)에 깊숙이 침투해 비대해진 디지털 기술과 그 사업모델의 한계와 단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보다는, 그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일 정도의 자료 조사, 개인의 경험을 엮은 지적들이다.
오늘날 혁신은 디지털을 기본 해결책으로 보는 방식을 일컫는 용어로 축소되었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혁신 그 자체를 목적으로 정하는 이유는 혁신은 좋은 것이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p.205)
‘아날로그’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자료, 인터뷰들이 대부분이지만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금까지 ‘디지털’이 받아왔던 상찬을 고려하면 균형을 깰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아날로그가 “우리가 인간으로서 실제로 원하는 것”을 어떤 방식으로 충족시켜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흐릿한 인상만 남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한국어판 제목이 ‘아날로그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인 것은 정직한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아날로그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부족한 것은 사실 어쩔 수 없다. 그건 우리가 사는 세계와 역사 전체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디지털은 그 영향력은 논외로 하고, 길게 봐야 백 년도 안 되는 짧은 역사를 가진, 상호작용할 수 있는 미디어일 뿐이다. 단적으로 미국의 전자상거래를 분석하려고 할 경우, ‘아마존’ 하나만 분석한다고 해도 “미국의 모든 전자상거래 매출의 4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업체를 분석하는 것이 된다.
관점의 차이는 있지만 내용의 많은 부분이 《도둑맞은 집중력》(468호)과 겹친다. 만약 두 책 중 하나만 읽어야한다면 당연히 《도둑맞은 집중력》을 추천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하나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저자의 입장이다.
나는 토론토에서 북쪽으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장모님의 시골집 전망창으로 드넓은 휴런호를 내다보면서 앞으로 도시의 삶이 어떻게 될지 그려보았다. 시골집의 생활은 물론 편안했다. 뒷문으로 나가서 채 1분도 안 가면 나오는 시원하고 맑은 호수로 뛰어들어 서핑도 하고 수영도 하고 패들보드도 타면서 놀다가 늘 따뜻하게 대기 중인 온수 욕조에서 몸을 녹일 수 있었다. (p.190)
이 부분을 읽고, 저자는 현대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내내 개운치 않았던, 이 책은 북미 백인 화이트칼라들을 대상으로 쓴, 또는 저자 본인의 한계를 자각하지 못한 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데이비드 색스 이 양반이 대충 한가롭게 얘기했다가 외계인님께 제대로 걸렸구먼! 대충 써도 마구 책이 팔리면 콧대만 높아지고 비평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듯... 이런 책 쓰지 말고, 그 시간에 색스나 하지~ 데이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