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 속의 나는 내 편이 아닐 때가 더 많다.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들이밀며 협박한다. ‘다 너(또는 나? 우리?)를 위한 대비’라는 구실로 말이다. 자체적이며 자발적인 가스라이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생각이 우리를 생각으로부터 구해주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의미다. 내적 성찰에 따른 생각은 오히려 위험한 결과를 낳는다.
그런 생각이 곧 ‘우리 머릿속의 목소리’, 채터chatter다.
채터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정적 생각과 감정으로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자기 성찰이란 능력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로 여겨진다. 채터는 실적과 의사결정, 인간관계와 행복을 위험에 빠뜨린다. 우리는 직장에서 저지른 실수나 사랑하는 사람과 벌인 언쟁에 대한 생각에 몰두하고, 결국 부정적 감정에 휩싸인다. 그런데도 그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내적 성찰을 통해 내면의 코치를 만나기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내면의 비판자를 맞닥뜨린다.
— 《채터, 당신 안의 훼방꾼》, ‘내면으로 들어가라’ 중1
《채터, 당신 안의 훼방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과 거리 두는 기술》, 이선 크로스(지음), 강주헌(옮김), 김영사, 2021.
나한텐 이런 책이 꼭 필요했다.
재작년부터 뉴스레터를 쓰며 ‘채터’가 잠잠해지는 것을 느꼈다. 발송 버튼을 누르고 나면 기분이 좋아졌다. 뭔가를 쓴다는 일 자체가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문제는 그 기분이 길게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기, 기록이 치유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제 상식처럼 알려진 것 같지만,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일기 쓰기는 문자만큼 오랜 역사를 지녔지만, 일기 쓰기에서 얻는 심리적 위안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것은 겨우 수십 년 전부터다. 이 분야의 개척자는 심리학자 제임스 페네베이커James Pennebaker다. 그렇다. 흥미롭게도 그의 이름에 ‘펜pen’이란 단어가 숨어 있다. 오랫동안 심리학 교수로 일하며 눈부신 경력을 쌓는 동안, 페네베이커는 사람들에게 그날 겪은 가장 부정적인 상황에 대해 15~20분 동안 글로 쓰게 하는 것만으로도(그날 있었던 사건으로 이야기를 꾸미게 함으로써) 더 나은 기분으로 살아가고, 병원을 덜 방문하며, 더 건강한 면역 기능을 갖추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일기 쓰기는 이야기를 꾸미는 화자의 관점에서 사건을 관찰하게 함으로써 관련된 사건과 경험에서 거리를 두도록 해, 그 사건에 얽매인 듯한 기분을 조금이나마 떨칠 수 있도록 한다.
— ‘시간 여행과 펜의 힘’ 중
마침 그의 책이 한국어판으로 있었다. 이름 표기가 달라서(페네베이커→페니베이커) 검색이 안 되었을 뿐.
《표현적 글쓰기: 당신을 치료하는 글쓰기》, 제임스 W. 페니베이커, 존 F. 에반스(지음), 이봉희(옮김), 엑스북스, 2017.
이 두 책을 연결해 읽고 정리해 보려고 한다.
품 비푸릿Phum Viphurit, ‘Welcome Change’
전자책으로 읽어서 페이지 번호 표시가 불가능함.
즉각 구매하였습니다. 저도 요즘 너무 간절했던 주제여서 빨리 읽고 싶어 출근길에 e-book으로 ㅎㅎ 잘 읽어볼게요! 감사합니다 외계인님. 우리네 삶...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