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Z세대에 대한, 신뢰가 가는 책 《GEN Z: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
MZ세대라는 용어는 당사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참 못마땅한 ‘유행어’야. 그 단어를 사용하는 목적은 당사자들의 비위를 맞춰 뭔가 소비하게 만들려는, 다시 말해 마케팅을 위한 것 같아. 팔려는 것이 물건이든 서비스든 컨텐츠든 상관 없이. 그래서 이 책도 그런 시류에 편승한 책이 아닌가 싶어 살까말까를 고민했어.
《GEN Z: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 로버타 카츠 외(지음), 송예슬(옮김), 문학동네, 2023.
읽고 있는 중인데,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 유행하는 세대론에 모른척하고 휩쓸려 주관적인 생각을 그럴듯하게 늘어놓는 책이 아니라 인류학자, 언어학자, 역사학자, 사회학자 들이 공동연구를 통해 내놓은 책이야. 미국과 영국의 Z세대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분명한 한계가 있겠지만 저자들은 그 부분도 잊지 않고 지적하고 있어.
이 책은 표본의 한계로 전 세계 포스트 밀레니얼에 관한 확정적 연구서는 더더욱 되지 못한다. 그래도 미국과 영국의 Z세대를 포착하는 데는 유용한 책이기를 바란다. 다른 문화권과 사회에서 Z세대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이 영감을 준다면 기쁠 것 같다.
한국의 상황에 그대로 대입하는 실수는 경계해야겠지만, 다른 경험을 하며 성장한, 동시대의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특히 이 책을 신뢰할 수 있었던 부분은,
우리는 몇 년 동안 3개 캠퍼스에서 백이십 차례 공식 인터뷰를 진행하고 10개가 넘는 포커스 그룹을 운영하며 데이터를 모았다. 그다음에는 이 질적 연구의 결과를 대규모 또래집단과 비교했다. 특히 고등교육을 받지 않은 인구와 유심히 대조했다. 이를 위해 언어학적·사회학적 두 가지 방법으로 양적 데이터를 모았다.
우선 언어가 문화로 진입하는 열쇠라는 전제하에, 다양한 출처에서 얻은 포스트 밀레니얼1의 언어를 탐구했다. 우리가 만든 i세대 말뭉치는 특정 연령대가 사용하는 7천만 개 영어 어휘를 모은 것으로, 소셜미디어와 시간순으로 정렬된 영상 녹취록, 밈, 우리가 진행한 인터뷰 등에서 텍스트, 이미지, 영상 형태로 등장했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깊이 있는 연구, 특히 양적 데이터를 축적해서 Z세대의 말뭉치(언어 연구를 위해 텍스트를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모아 놓은 언어 자료)를 만들었다는 거야. 어떤 말을 쓰는지 앎으로써 그들의 생각, 문화를 알 수 있을테니까. 지금까지 읽었던 세대론 책들과는 차원이 다르지. 재밌게 읽고 있어. 하나만 더 인용해 본다면,
우리는 이들의 세 가지 전략에 특히 주목한다. 첫째, Z세대는 아주 선명한 자기 정체성을 지녔으며, 원치 않는 압박과 요구에 맞닥뜨렸을 때 그 선명한 정체성을 이용해 자신을 규정하고 저항한다(“싫어요. 그런 건 나한테 안 맞아요”). 둘째, Z세대는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 목적의식, 그리고(일부는) 사회운동에 부합하는 공동체, 또는 그것들을 지지하고 정교하게 만드는(대부분 온라인 기반의) 공동체에 소속된다. 셋째, Z세대는 위계질서를 거부하고, 평등과 협업을 바탕으로 목소리와 권력이 고르게 분배되는 것을 지향하며 확고한 가치관을 지닌다.
2. ‘베드룸 팝Bedroom Pop’이 어떤 장르인 것 같아?
난 스포티파이로 음악을 듣는데, 첫 화면에서 ‘Bedroom Pop’이라는 플레이리스트를 계속 추천하는 거야. 그래서 ‘이건 뭐 잠들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편안하게 듣는 음악들인가?’하고 들어보진 않았어.
그런데 유튜브에서 애청하고 있는 우키팝의 장르 이야기에 ‘드디어 글로벌 대세가 된 장르, 드럼 앤 베이스’가 올라왔길래 ‘그래 이거 예전에 많이 들었지. 제대로 좀 알아볼까?’하고 시작했는데 폭 빠져서 봤네. 우키팝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음악에 대한 박학다식함은 말할 것도 없고, 저 많은 자료들을 어떻게 다 모으고 스토리 연결하고 편집했을까 싶은 거야. 영상 한 편이 매거진 한 호에 맞먹는다는 느낌.
그런데 이 ‘드럼 앤 베이스’에서 베드룸 팝 설명도 나오는데, 침대에 누워서 듣는 음악이 아니었네?😓 어떤 건지 7분 42초부터 설명이 나와.
또 다른 우키팝의 장르 이야기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장르, 저지 클럽’을 보며 든 생각이 있어. 음악도 백지 상태에서 만드는 게 아니구나. 전세대로부터 음악적 유산을 물려받아 그걸 기반으로 새로운 것을 더하거나 바꾸기도 하고, 동시대의 음악가들과 협력하며 새로운 것을 만들기도 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
이게 앞에서 인용한 Z세대의 “세 가지 전략”과 생각이 연결되면서, 그들은 전세대의 유산 전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위계질서를 거부하는 것이고, 평등을 기반으로 한 협력을 지향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그 지점에서 세대 간 갈등이 생겨날 수 있을 것 같고. 저 책을 다 읽고 나면 선명하게 알 수 있을까.
3.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비하인드 스토리가 이렇게 많다니!
확실히 유튜브 시청 시간이 늘어났는데, 우연히 보석 같은 영상을 발견하면 참 기뻐(그래서 추천 기능을 꺼놓을 수 없다는 아이러니).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좋았던 이유는 내가 (경멸적 의미의 ‘힙스터’여서가 아니라) 무기력에 빠져있을 때 힘을 준 것 중 하나였기 때문이야. 실신할 것 같은 영상 스타일도 한몫 했지만.
처음 방문한, ‘영민하다‘라는 영화 전문 채널에서 만든 것인데, 역시나 자료 수집과 편집에 대한 노고가 진하게 느껴지는 영상이었어. 작업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궁금하네.
소개된 비하인드 스토리 중 하나인데, 이 영화 감독들 다니엘스(다니엘 콴, 다니엘 샤이너트)가 연출한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음악의) 뮤직비디오가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이런 거 맑은 정신으로도 만들 수 있는 건가. 선정적인 건 모르겠고, 어떻게 저런 발상을 하고 또 그게 받아들여지는지. 누군가는 더럽다겠지만, 더럽게 재밌다. 또 봐야지.
그 밖에…
책에 나오는 도표 같은 내용을 사진으로 찍고, 프린트해서, 자른 후, 노트에 붙이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다. 깔끔하다.
뉴스는 쏟아지지만 볼 뉴스가 별로 없는데 MBC mini를 설치해서 MBC 라디오 방송들을 팟캐스트로 들으니 광고도 없고 좋다. 생방송과 시간차는 조금 있지만 금방 올라오는 편이다. 주로 듣는 방송은,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
김종배의 시선집중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뇌과학과 신경과학이 밝혀낸 생후배선의 비밀》 전자책(을 기다렸는데) 나와서 구입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면 매번 겪는 일이긴 한데,
끝내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잘 될 것 같아.
그런데 사람들이 좋아할까? 나만 좋은 거 아니야?
더 생각해 보니까 아닌 것 같은데… 다른 걸 찾아 보자.
1~3번이 무한반복 되는 거지.😮💨
그래서 원칙이랄까 기준점이 있어야 한다는 자체 결론을 내렸어(회사에서 사업계획 세울 때 얘기하는 ‘비전’, ‘미션’ 뭐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그걸 가져오고 싶진 않고).
그 원칙으로서 내가 지향하는 것을 인용으로 대신하자면 이래.
"문제 해결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모든 당사자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실천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 맨리 P. 홀, 《환생, 카르마 그리고 죽음 이후의 삶》, p.43.
‘Z세대’, ‘포스트 밀레니얼’, ‘i세대’, 주머zoomer 모두 같은 세대를 가리키는 용어들임. “Z세대 최연장자 축에 속하는 이십대 중후반은 월드와이드웹이 대중 앞에 등장한 1995년 전후로” 태어났음.
큰일났어! 생각은 그대로인데 몸만 늙어가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