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라피 수업을 이제 열일곱 번 들었어. 기초과정 수업이 세 개 파트, 총 24회니까 이제 일곱 번 남았네. 매주 안 빠지고 나간다고 했을 때 두 달 조금 안 남았으니 7월말이나 8월초에 끝나겠어.
매 파트가 끝날 때마다 ‘작품’을 만드는데, 이번에는 족자 또는 각인 중 하나를 선택해서 글씨를 쓰는 거였어. 족자는 글씨를 망치면 그걸로 끝이기 때문에 좀 안전하게, 글씨를 쓴 후에 그걸 사진으로 찍어서 나무에 레이저 각인으로 새기는 걸 선택했지. 쓴 글씨 크기보다 축소돼서 각인되기 때문에 실제보다 더 잘 쓴 것처럼 보이는 숨겨진 효과가 있더라(🤫).
쓸 문구를 미리 정해오라는 얘기를 못 들어서 급하게 정해야 했는데, 364호에서 소개했던 기사 제목이 생각나더라고. 손정애 여사의 삶과 이 문장이 요즘 머리를 맴돌았던 것 같기도 하고,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제주 바다, 파도를 계속 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제주도 가고 싶다)
캘리그라피를 배우고 ‘멋진 글씨를 쓰게 됐다’보다는 조형미랄까 어떻게 써야 글씨가 짜임새 있게 보이는지를 알게 된 것 같아. 그전에 혼자 이런저런 방법으로 써봤을 때는 왜 맘에 들지 않았는지 이제 알겠어. 이론적인 건 알았으니 이제 연습으로 멋진 글씨를 만들어봐야겠지.
또 하나 즐거운 건 ‘붓’의 매력을 알게 됐다는 것. 붓펜과는 차원이 다르더라. 자유자재로 다루려면 아직 멀었지만, 표현의 범위가 엄청나게 넓어. 온갖 획, 굵기, 서체를 붓 하나로 다 쓸 수 있으니까 말이야. 심지어 그림까지. 캘리그라피는 전통적인 서예보다 붓을 잡거나 쓰는 방법이 자유롭다는 점도 맘에 들어. 그래서 캘리그라피를 선택한 것이기도 하지.
처음 시작할 때는 정신수양을 겸해서 집에서도 많이 쓰려고 했는데 막상 하려니까 잘 안 되네. 글씨가 늘려면 연습밖에는 없을텐데 말이야. 그런데 확실히 학원에서 붓을 잡고 집중해서 글씨를 쓸 때는 다른 잡생각도 안 나고 명상 효과 비슷한 게 있는 것 같아.
아무튼, 실력을 차곡차곡 쌓아서 사람들이 글씨 좀 써달라고 부탁할 정도의 멋진 글씨를 쓸 수 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