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경향신문 젠더기획팀(지음), 경향신문사, 2022.
2021년 10월부터 명함은 없지만 일 좀 해본 언니들의 이야기를 찾아다녔고, 여기 그들의 일과 삶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올 초 〈경향신문〉 ‘젠더기획’ 코너에 실린 “나쁜 일이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도망가지 않았다”라는 기사를 읽었었어. 우리 어머니는 물론이고, 사업을 하는 어머니들을 옆에서 볼 기회가 없었지만 학생 시절에 ‘우리 반의 누구 엄마는 큰 시장에서 옷장사를 하시는데 알부자라더라’, ‘누구 엄마는 유명한 식당을 몇십 년째 하시는데 그렇게 잘 된다더라’와 같은 소문들을 듣기는 했지. 물론 그 중에는 (자주 듣게 되는) ‘집안이 사업을 하다 망해서’ 형편이 급전직하로 어려워진 경우도 있었고.
기사를 정말 재밌게, 감동하며 읽고는, 책을 펀딩하고 있다고 해서 주저 없이 후원했었어. 그게 1월 27일이었고 오늘 책이 왔으니까 두 달 남짓 걸려서 받았네. 잊고 있었는데, 후원자명을 ‘서울외계인’으로 했었네.🤭
위 기사의 주인공인 손정애 할머님의 삶을 읽어 보면, 한 사람이 저리 많은 우여곡절을 겪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굽이굽이 사셨어. 요즘 ‘멘탈’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이 분 앞에서는 그런 걸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야.
“엄마랑 딸이 같이 오는데 딸은 건너편 집 단골이고 엄마는 우리집 단골이에요. 딸이 돈낼 때는 건너편 집으로 가고, 엄마가 돈 낼 때는 우리집으로 와요(웃음). 한번은 어떤 할아버지가 와서 ‘저 모르겠어요?’ 그래요. ‘언니는 찰밥 드시고, 아저씨는 칼국수 드셨는데 맞아요’ 하니까 맞대요. 부인이 암으로 고생하다 저세상 갔대요. 내가 참 속이 안 좋더라고요.”
“다시 태어난다면 나를 위해서 살고 싶어요.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그랬던 것이 굉장히 후회스러워요. 손녀들이 서로 다른 문방구 간다고 싸우면 저는 둘 다 가요. 만날 양보하면 나이 들어서도 양보할까 봐. 옛날엔 양보하는 게 미덕이었지만 요새는 미덕 아니야. 나는 그게 싫더라고요.”
(상투적이지만) 나를 비춰볼 수 있는 분이었어.
이제 다른 분들의 삶도 읽어봐야지.
외계인님 참 다양하게 좋은 일 하시네요^^ 평범한 우리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분들의 얘기를 들으면 느낌이 참 좋아요! 마음이 따뜻해져요!
나를 위해서 살아도 되는 시기를 계속 저울질하는 중, 그러면서도 돌이켜보면 하고 싶었던 걸 다 안한 건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