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재치 있게 농담할 것인가》,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지음), 마이클 폰테인(엮음), 김현주(옮김), 아날로그, 2022.
이 책은 이런 질문으로 시작해.
유머는 학습 가능한 기술인가, 아니면 타고나는가? 키케로는 2,000년도 전에 이런 생각을 했다.
돌이켜보니, 내 농담을 들은 사람들은 그 뛰어난 유머 감각에 너무 놀란 나머지 얼어붙곤 해.🥶 그래서 꼭 필요할 때 외에는 농담을 자제하고 있지.
“만담꾼 집정관stand-up Consul (consularis scurra)”이라고도 불렸던 “키케로는 종종 농에 도취되어서 이야기가 만담으로 전환되곤 했다”고 해.
“플루타르코스는 말로 상대를 공격하려는 충동을 참지 못하는 키케로의 성정이 그를 몰락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표면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재밌는 건 “키케로 스스로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스스로 쓴 글에도,
그것이 바로 영민한 재담꾼들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과 상황을 살핀 후 머릿속에 떠오르는 재밌는 말이 확실한 웃음을 보장한대도 꾹 참아내는 것 말이다.
내 말이.
마크 설트바이트라는 유명 코미디언은, 유머는 학습 가능한 부분이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시 말하자면 어떤 말을 재미있게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 그보다 앞서 재미를 발견하는 것, 결정적인 중요 구절을 구성하는 방법이 아니라 사회 풍자라든지 현대 생활의 모순과 더 관련이 많은 소재를 선택하는 것 말이다.
제1부 ‘어떻게 재치 있게 농담할 것인가’에서는 키케로의 《연설가에 대하여》 제2권을, 제2부 ‘유머의 기술에 관하여’에서는 퀸틸리아누스의 《연설가 교육》 6.3을 다루고 있어.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만 지은이로 명시하고 있는데, 퀸틸리아누스의 책 내용 대부분이 키케로를 인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
엮은이인 콘웰대학교 고전학 교수 마이클 폰테인은 대놓고 “퀸틸리아누스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자세히 알 필요는 없다”고 하네. 그렇지만 “유머에 관한 퀸틸리아누스의 분석은 키케로와 상이하며 그 자체로도 흥미롭다”는 평가를 내렸어.
이 책 역시 키케로의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60호, 62호 참고)와 마찬가지로 프린스턴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한 ‘현대 독자를 위한 고대의 지혜’ 시리즈 중 한 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