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러 만년필의 대표 모델 중 하나가 보통 ‘프로기어’로 줄여 부르는 ‘프로페셔널 기어’인데, 이 모델에는 조금 더 작고 가는 슬림 시리즈가 있어. 지금까지 슬림 시리즈는 21K 닙이 나오지 않았었는데, 작년에 ‘사계절(shikiori) 빗소리’라는 테마로 21K가 나왔더라고. 그래서 가장 예뻐 보이는 ‘봄비’를 선택했지.
닙 굵기는 M과 F의 중간 굵기인 MF 한 가지만 있어. 처음 써보는 굵기의 닙인데 판매자의 설명에 따르면 “강약에 의해 두께를 좀 더 가늘게 하거나 두껍게 쓰기가 쉽”다고 해. 그렇다고 연성이나 플렉스 닙은 아닌데, 21K인 덕도 있겠지만 필기감이 굉장히 만족스럽네.
가지고 있던 프로기어 21K와 크기를 비교했을 때, 약간 짧고 가늘어서 나처럼 손이 큰 사람에게는 조금 작게 느껴질 수도 있어. 장시간 노트 필기를 하는데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고, 휴대용으로 가지고 다니면서 다이어리, 메모 등에 쓸 때 딱 맞는 느낌이야. 물론 손이 크지 않은 사람에게는 전혀 불편함이 없는 크기.
내가 자주 사는 만년필샵에서는 구매 금액에 따라 사은품을 주는데, 이전에는 사은품 목록에 없던 중국 브랜드 만년필을 선택할 수 있더라고. 그래서 한 번은 진하오, 한 번은 홍디안으로 받았어. 정말 아무 기대 없이 잉크를 묻혀서 써봤는데 어? 이게 웬걸, 사은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기대 이상의 필기감을 보여주네. 그래서 판매가격이 얼만지 찾아보니 내가 받은 모델인 진하오 799가 6,300원, 홍디안 1851이 13,600원인 거야. 가격을 보고 두 번 놀람. 나한테는 라미 사파리(34,800원)보다 더 낫게 느껴졌어.
서예의 전통이 있는 나라여서 만년필도 저렇게 저렴한 가격에 쓸만하게 만들어 낼 수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주간 〈문구文具〉 4호에서 다뤘던 〈취미의 문구상〉 2022년 1월호(vol.60)에 《Sketch Journal》이란 책이 나왔었어.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일본어는 모르지만) 주문을 했네. 부제는 “자신의 삶에 ‘좋아!’하는 창작 노트”.
내용을 보니 스케지와 저널을 결합해서 자신의 생활을 기록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 저자는 스케치 저널의 영역을 아래 그림처럼 정의하고 있더라고.
구체적인 가이드까지 주고 있는데, 지면을 분할하는 방식(아래 그림)이나 장식 패턴을 그리는 방법, 사물이나 동물을 간단히 그릴 수 있는 방법 등 다양해. ‘다이어리 꾸미기’로 대표되는 아날로그 방식이 다시 유행하고 있는 지금, 한국어로 번역돼 나와도 좋은 반응이 있을 것 같은 책이야.
이번 달 Marionbcn의 선물은 이렇게 왔어. “Happy new year!♡”
폰으로 잔뜩 찍어놓은 사진들을 보며 가끔 ‘이 사진들이 한순간에 다 사라져버리면 어떻게 될까?’하는 상상을 해. 그래서 애착이 가는 사진들은 폰 앨범에 즐겨찾기 해놓고, 틈틈이 인화해서 정리하려고 사진 앨범도 사뒀는데 잘 안 하네.
그래서 ‘편법’ 같이 생각해낸 게 인스턴트 필름으로 출력해서 보관하는 방법이야. 인스턴트(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찍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고, 사진은 대부분 폰으로 찍으니 그걸 인스턴트 필름으로 출력하는 거지. 마침 후지필름에서 와이드포맷의 신형 포토프린터가 나와서 구입했어. (‘이것도 문구에 포함되려나’라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활용방안이 어렴풋이…)
URLs 9호에서 링크했던 무료폰트 SUIT를, 내가 주로 쓰는 텍스트 편집기 Drafts에 설정해서 쓰고 있어. 다시 보니 개인이 작업한 폰트인 것 같아. 대단한 분. UI 본문용 폰트로 만들었다지만 에디터에서도 충분히 좋네. macOS 기본 한글폰트인 ‘Apple SD 산돌고딕 Neo’보다 한글과 영문의 어울림이 좋아.
💁🏻링크들
How to keep a notebook (Take Note)
Carry a notebook with you at all times and write down your note as soon as it occurs to you.
Focus on others more than yourself.
Capture what people say.
Avoid feelings.
Type up your notes and create an index.
2022 Philadelphia Pen Show Trip Report (The Pen Addict)
Top 7 Pens to Last a Lifetime – 2022 (The Goulet Pen)
만년필 보관 및 관리 (베스트펜)
만년필 세척하기 (한국파이롯트)
편집장이 가지고 다니는 작은 노트 세트(2022년 1월 현재) (毎日、文房具。)
나는 내일 8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월요일. 그러나 백신 부스터샷 접종으로 인해 목금 휴가. 그것은 곧… 말 안해도 아실 것임.🥳
Nick Hakim, ‘QADIR’ (BADBADNOTGOOD Remix)
저는 라미로 입문했는데 필기감이 좋지 않아서 만년필에 흥미를 뗐었거든요. 이 글 읽고 홍디안을 구매해봤는데,,,와! 결국 날잡고 만년필 구하러 서울에 갑니다.. 베스트펜에서 시필이 가능하더군요!
신세계로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