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끝난다는 것을 핑계 삼아 생각을 정리해 보고 있어. 며칠 전부터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는데 — 뉴스레터를 만들면서, 나는 지금보다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을까? 남들과의 노골적인 비교와 경쟁 속에서가 아니라, 내가 만든 것 자체만으로 탁월해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왜 탁월해지고 싶어하는가? 등.
일단 내가 생각하는 ‘탁월함’은 이렇더라고.
독창적
아름다움
진정성 있음
성실함
숙련됨
전통과 닿아있음
깊이 있음
사람들과 연결돼 있음
완벽함과 탁월함은 다르다고 생각해. 완벽함은 실재하지 않고, 탁월함은 내가 현실 속에서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개념이라고 봐. 그리고, 그 탁월함으로 내가 얻고 싶은 것은 자유야. 정신적인 자유이기도 하고 이 체제로부터의 자유이기도 하고. 거창하지? 쉽게 말해, 내게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살다 죽고 싶다는 거지.
그래서 이 뉴스레터는 나한테 중요한 도구이자 형식이라는 것. 도식적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되려나.
서울외계인 뉴스레터라는 도구로 → 탁월함을 이루고 → 자유를 얻는다 🙌
‘서울외계인 뉴스레터가 나아갈 길’ 설문조사에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의견을 주셔서 정말 고마웠어. 2022년에도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얻기에 충분했네.
결과를 공유해보자면,
지금 쓰고 있는 ‘반말투’에 대해 내심 거부감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80% 이상이 괜찮다, 신경 안쓴다고 하시네. 물론 다른 의견도 주셨고. 그래서 내 생각으로는, 지금처럼 반말투를 주로 유지하되 내용의 성격에 따라 높임체 또는 ‘~했다’체를 사용하는 것으로 할게. 처음에 반말투를 선택한 이유 — 첫째는 내가 갖고 있는,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없애고 싶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대화하는 느낌으로 쓰다보면 어려운 내용도 쉽게 쓰려고 노력하지 않을까하는 생각 때문이었어. 혼잣말처럼 느껴지게 하고 싶진 않았거든.
가장 관심 있게 보고 있는 내용은 ‘책 소개’와 ‘문구’가 공동 1위, ‘디지털, 인터넷 관련’이 2위, ‘링크 소개(URLs)’가 3위야. ‘수사학 관련’이 꼴찌.😞 이 순서는 평소의 조회수나 반응을 보고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어.
그리고, 평소 고민 중 하나가 책 읽고 정리한 노트를 사진으로 올리는 것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냐였는데, 의외로 ‘도움이 된다’가 36.5%, ‘도움이 안 된다’가 30.8%, ‘모르겠다’가 30.8%, 기타 의견으로는 ‘가독성이 좋지 않고 스마트폰 화면에서 보기 불편한 듯 해요’가 있었어. 나도 스마트폰으로 모니터링 해보면 읽기 힘들더라고. 아무튼 이 부분은 어떻게든 더 나은 방법을 찾고 있어.
10점 기준으로 지인들에게 얼마나 추천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5점부터 10점까지 고루 있었는데(2명 이상), 8점이 가장 많았고, 최저점은 1점…(🥶냉정) 제가 더 열심히 할게요…
이번에 설문하기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하게 된 건, 뉴스레터에 바라는 점이나 다뤄줬으면 하는 내용을 알려달라고 한 것에 구체적인 의견도 많이 주시고 응원도 받았다는 거야.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계속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의견이었어. 처음 시작했을 때의 방향을 언급해 주신 분들도 계셨고 말이야. 감동 했다.
속이 뜨끔하기도 했는데, 나도 요즘 처음과는 달리 내용이나 형식이 너무 정형화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어. 내심 그걸 자리가 잡혀가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는데, 다시 보니 아직 그럴 때가 아닌 것 같아. 더 많은 시도와 실험을 해야겠어.
하던 대로. 그리고 탁월함을 향해서.
아, 그리고 몇 분께 편지 보내드려야 하는데 기다리고 계실 것 같아서 말씀드리자면, 1월 첫째 주 중에 보내려고 합니다. 저도 처음 해보는 시도라 조심스럽네요. 아무튼 편지는 꼭 갑니다. 약속 지킵니다.🙆🏻
🙏새해에는 무엇보다도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글을 읽으면 친근감이 느껴져.
내가 잘 모르는 영역이지만~~
탁월함이란 말이 무겁게 다가오네. 중년을 일찌감치 넘어 결국 나는 무엇인가라는 생각도 들고. 멋진 화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