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 유튜브 시청시간 줄이기의 결과
8월 30일 144호에서 유튜브 시청시간 줄이기를 시도했었는데, 2개월 남짓 지난 지금 그 결과를 공유해 보려고 해.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제 유튜브를 거의 안 봐. 정보를 찾다가 링크를 따라 들어가거나 웹페이지에 임베딩된 영상을 보는 경우는 있지만, 유튜브 주소를 직접 쳐서 들어가거나 앱을 실행시켜 사용하는 경우는 일주일에 한 두 번밖에 없어. 유튜브 알고리즘이 그동안 내 습관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줬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였지.
계속 읽고 있는 《감시 자본주의 시대》에서도 반복적으로(반복이 많은 책) 언급하는 것이, 기존에는 알고리즘이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하려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사람들의 행동을 만들려고 한다는 거야.
알고리즘, 인공지능(‘기계지능’이 더 적합한 단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 머신러닝(가끔 헷갈려서 ‘러닝머신’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 딥러닝 등등이 시대의 화두가 된 지 좀 되었는데, 나를 포함해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접근하기 힘든 영역이야. 그러니 페이스북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시커먼 속을 숨긴 채 거짓말을 해도 알 수가 없지. 이윤 추구와 주주가치를 지상목표로 하는 기업들에게 자체규제를 기대하는 건 힘들다고 봐. 카카오는 ‘알고리즘 윤리헌장’을 만들고 전 직원에게 알고리즘 윤리 교육을 한다고 하는데, 여러 영역의 사례를 보더라도 내부 감시나 규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야.
그래서, 가령 금융 영역의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과 같은 외부 감시 기관을 만드는 동시에 사회적 합의를 이뤄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봐. 알고리즘이 “기업이 수년간 투자하고 노력해 축적한 자산이기에 어떤 방식으로 어느 수준까지 설명할지는 좀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사실 저 말은 공개하기 싫다는 걸 돌려 말한 거지. 만약 그것이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합의가 되면 규제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문제는 기술의 변화 속도가 사회적 합의의 속도보다 더 빠르다 보니 외부 기관의 선제적인 규제가 필요한 거겠고. ‘혁신’이나 ‘세상을 바꾼다’는 클리셰는 이제 그만 좀 하셨으면 좋겠는게, 그게 무엇을 누구를 위한 ‘혁신’인지 이제 사람들도 다 알고, 당신들이 세상을 바꿔도 된다고 국민들이 합의해 준 적도 없어.
이런 이해관계의 갈등과 충돌이 결국은 정치 영역에서 해결되고 마는 것 같은데, 대통령 선거를 몇 개월 앞두고 난장판인데다 비상적인 뉴스들을 보는 게 너무 피곤해져서 요즘 잘 안 보고 있어. 그러나 결국 이래서 정치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