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 #읽기 《한국인의 웰다잉 가이드라인》
160호에서 얘기했던 《한국인의 웰다잉 가이드라인》을 읽었어. 사실 분량이 많은 책은 아니지만 읽었다기보다는 ‘새겼다’라는 단어가 더 적당하다는 생각이 드네. 가족이나 가까운 친지를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은 가이드라인의 과정 하나하나가 깊이 다가올 거야. 특히 말기암 같이 사람을 천천히 말려죽이는 병으로 보내드렸다면 끝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내기가 얼마나 힘든지도 알 거고.
가족이 환자에게 말기 질환이라는 사실을 알리려 할 때 여러 가지 걱정과 주저함이 있겠지만, 실제로는 거의 모든 환자가 정확한 사실을 알고 싶어 합니다.
국립암센터에서 시행한 한 연구에선 환자의 96%가 정확한 사실을 알고 싶어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말기 질환이라는 사실을 듣는 초기에는 매우 혼란스러워하나, 시간이 가면서 환자들은 의료진과 가족의 도움을 받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인생을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책, pp.31~32.
이 책은 죽음을 삶의 일부분, 통과해야 할 문으로 보고 인간으로의 존엄성을 지키며 그 문을 통과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슬픔의 터널을 지나 새롭게 시작할 수 방법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어.
저자들은 각 관련 분야의 전문가로 이루어져 있어. '한국인의 웰다잉 가이드라인 제정위원회'를 만들었고, 최준식 한국죽음학회 학회장(위원장), 정현채 서울대의과대학 교수(의학 분야, 149호 참고), 박복순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교수(장묘 분야), 이찬수 강남대학교 교수 겸 종교문화연구원장(종교철학 분야), 홍진의 서울대학교병원 호스피스실 간호사(호스피스 분야), 전병술 전 건국대학교 철학과 학술연구교수(사별·애도분야) 등이야
책의 차례는 다음과 같아.
죽음의 준비, 병의 말기 진단 전에 해야 할 일
말기 질환 사실을 알리는 바람직한 방법
말기 질환 판정을 받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글
임종 직전, 죽음이 가까웠을 때의 증상
떠나는 것 받아들이기와 작별인사
망자 보내기, 장례
고인을 보낸 이의 슬픔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글
부록: 유언장, 사전의료의향서
이 책은 선물용 한정판과 보급판 두 가지로 나와 있는데, 본인이 직접 읽을 거면 보급판으로도 충분해.
가이드라인을 표방하는 책이지만, 읽으면서 죽음의 당사자가 되보기도 하고 그 가족이 되보기도 하면서 머리 속에서 그 과정을 차례로 밟아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