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박상륭 전집 그리고 《죽음의 한 연구》에 대한 기억
이효준님의 페이스북 글을 보고 고 박상륭 소설가의 전집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봤어. 《죽음의 한 연구》는 박신양 주연의 〈유리〉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었는데, 배우만 살아남은 것 같네. 소설, 비평에 관심 있던 국문학 전공자들에게는 도전의 대상이었던 책인데, 나는 사전을 찾아가며 몇 페이지를 읽었으나 곧 포기하고 말았던 기억이 나서 말이야. 내가 산 《죽음의 한 연구》는 1995년에 나온 16쇄인데, 1986년에 초판이 나왔으니 매년 두 쇄 가까이 찍었단 얘기네. 나처럼 도전했던 사람들이 많았나봐.
1995년이면 아마도 내가 한참 방황했을 때 같군. 죽음이란 단어에 끌렸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그 객기는 사전을 뒤지며 한국어 소설책을 보는 자괴감을 느끼며 곧 사라졌지. 그때 차라리 모르는 단어가 있어도 끝까지 읽는 편이 나았을 텐데.
전집은 ‘중단편’, ‘장편·산문’, ‘칠조어론’, ‘주석과 바깥 글’ 네 권으로 구성됐어.
전집 구성을 여러 권으로 하지 않으려고 종이를 얇은 걸 써서 그런지 간혹 뒷 페이지의 인쇄가 심하게 비치는(마치 흐리게 인쇄된 것처럼) 페이지들이 있어. 구매하려는 분들 중 그런 것에 민감한 분들은 책 도착 후 꼭 한 번 확인하시길. 몇 개월, 몇 년 뒤에 발견하면 인터넷서점에서는 교환도 안 되니까 말이야. 난 읽는 데 문제 없고 몇 장 안 그래서 그냥 놔두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