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몽산포 추억
초등학교 5, 6학년 때 정말 친한 친구 두 명이 있었어. 우리는 삼총사, 삼인일체(?)라며 맹세 비슷한 것도 종이에 써서 남기고 그랬는데, 아마도 《삼국지》를 읽은 친구가 '도원결의'를 얘기했던 영향 아니었나 싶네. 두 친구 중 한 명은 외아들처럼 커서 그 친구 부모님께서 우리도 엄청 예뻐하고 잘 챙겨주셨지.
언젠가 주말에는 그 친구가 전화를 해서 같이 🌊바다에 가자고 했어. 어리둥절해하며 그 친구 집에 가서 부모님과 차를 타고 출발했어. 바다라고는 동해 바다만 가봐서 하루만에 다녀올 수 있는 건가 싶었지. 두 세 시간을 달려서 도착한 곳은 몽산포 해수욕장(요즘은 다 ‘해변’이라고 하지만)이었어. 마침 썰물 때였는지 갯벌을 한참을 걸어가야 물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런 바다도 있다는 걸 알았어. 짧지만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든 곳이었지. 친구 아버님은 운전하느라 피곤하셨는지 텐트에서 내내 주무셨던 것 같네.😄
몇 년 전부터 가족들과 몽산포 해변에 종종 오고 있어. 서해는 물이 맑진 않지만 따뜻하고 갯벌이 있어서 애들이 놀기 좋은 것 같아. 몽산포(夢山浦)는 “몽산리(夢山里) 이름을 빌어다 붙인 명칭”인데, “1914년 몽대리(夢垈里)와 동산리(東山里)에서 한 글자씩 따서 명명되었다”고 해. ‘몽(夢)’이 주는 암시 탓인지 이 해변에 앉아서 바다 바람을 쐬고 있으면 몽롱해지면서 그렇게 졸음이 쏟아져. 친구 아버님이 그렇게 잘 주무신 이유를 이제 알 것 같기도 하고.😄
그 친한 두 친구는 이십 대를 접어들며 연락이 뜸해지다가 끊기게 됐어. 이젠 서로의 생사도 알 수가 없게 됐네. 그래서 그 친구들 생각을 하면 좀 씁쓸해. 이제 각자 가족이 생겨서 잘 살고 있기를 바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