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세 개의 패션 블로그

83호에서 언급했던 내 RSS 리더에 있는 패션 & 스타일 블로그는 모두 세 개야. '중년 아저씨가?'라며 좀 의외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나름 신경 쓰고 있단다.

가장 재밌게 보고 있는 건 1️⃣‘패션붑fashionboop’인데, 이번에 올라온 ‘옷을 오래 있는 일에 대해서’는 내가 지향하는 바와 일치해서 많이 공감했어. 최근 몇 년 동안은 유니클로, H&M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옷을 안 샀어. 대신 조금 비싸더라도 오래 입을 수 있는 옷, 유행을 타기보다는 클래식한 디자인, 파타고니아나 G-Star Raw처럼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를 고르고 있어. 가끔 중고도 사고. 이런 옷들을 오래 입으면서 빈티지한 멋도 내고 애들이 원한다면 물려주기도 하고 그러고 싶네.

이 블로그 주인장인 박세진님은 《아메토라: 일본은 어떻게 아메리칸 스타일을 구원했는가》를 보고 알게 됐어. 다른 패션 관련 매체들은 유행에 민감한 것이 패션의 모든 것인냥 얘기하지만, 박세진님의 관점은 다르다는 게 느껴져. 꼭 클래식한 수트나 유럽의 역사 있는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대중적인 복식과 브랜드가 나름대로 갖고 있는 특징과 의미를 잘 알려주고 있어.

그 연장선상에서 보고 있는 또 다른 블로그는 남성 패션 편집숍인 ‘바버숍Barbershop’이 운영하고 있는 2️⃣‘빛과장과 소금상무’야. 물론 마케팅 목적의 블로그일 수 있지만 컨텐츠는 그렇게 만만치가 않아. 판매하는 브랜드의 역사나 스토리를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는데, 그게 그 상품을 판매하기로 결정한 근거가 되고, 읽는 사람도 납득하게 만들어. (그렇게 난 단골이 되었지…)

올 초에는 베트라Vetra라는 브랜드의 몰스킨 원단 워크재킷(패션붑에 잘 설명된 글 있음)에 꽂혀서 정신을 못 차렸는데, 정말 관리만 잘하면 몇 십 년은 입을 수 있는 옷이더라. 난 수트보다는 이런 워크재킷을 청바지와 함께 입는 게 너무 좋아. 나 같은 노동자의 수트 같은 느낌이랄까.

마지막으로는 데이비드 코긴스David Coggins가 쓰는 3️⃣‘The Contender’야. 국내에도 출간된 《맨 앤 스타일》의 저자인데, 직업으로 말하자면 영어권 유명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남성 스타일 컬럼니스트인데 패션뿐만 아니라, 한 마디로 ‘남성의 멋’에 대한 전문가라고 할 수 있지. 이 사람의 글을 꼼꼼히 다 읽는 편은 아니고 어떤 소재를 다루는지 보는 정도야. 요즘은 Substack에서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쪽의 업데이트가 더 잦네.

내가 멋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입고 다닐 때는 '기분이 조크든요'. 아무튼 '남자니까 아무거나 대충 걸치고 다니면 그만이지' 쪽은 아니라는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먼저든 자기만족이 먼저든 상관 없이, 좋아. 사실 청년 시절에야 젊음이라는 아름다움이 있으니 별 상관 없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으니까.